삼성-LG, 기술 유출 사건 둘러싸고 공방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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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대는 5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대형 아몰레드(AMOLED) TV 제조기술’을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로 LG디스플레이 임원과 전ㆍ현직 SMD 연구원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SMD 전 수석연구원 조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SMD의 핵심기술개발 인력이었던 조씨는 지난 2010년 8월 LG디스플레이로부터 “AMOLED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원 5명과 함께 이직하면 임원급 대우를 해줄 것”이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에 조씨는 SMD를 퇴사, 경기도 파주에 있는 LG전자의 협력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OLED개발을 도왔다. 즉시 입사하면 기술유출 등의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서였다. 결국 지난해 11월 LGD로 입사한 조씨는 1억9000만원을 받고 대형 아몰레드TV 제조공정 비밀자료를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처음 약속과 달리 LGD 측이 임원급 대우를 해주지 않자 제조공정 기술을 중국 업체로 유출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씨와 함께 경찰에 덜미가 잡힌 SMD연구원 강모(35)씨 등은 LG전자 협력사에 입사하거나 SMD에 근무하면서 카카오톡ㆍ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관련 제조공정 비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에 유출된 기술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경쟁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관련된 것으로 시장규모는 향후 5년간 총 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SMD는 ‘우리의 입장’이라는 발표문에서 “수 년간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기술개발에 실패해 AMOLED 양산에 애를 먹던 LG가 기술격차를 단기간에 줄이기 위해 연구개발(R&ampamp;D) 투자를 늘리는 대신 경쟁사 '기술 훔치기'를 택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세계 OLED 시장의 97%를 석권하고 있는 삼성은 이번 기술유출로 시장의 3분의 1을 잠식당한다고 추정하면, 그 피해 규모는 5년간 최소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도 곧바로 반박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가 LG와 삼성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인력 이동은 불가피한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W(White)-OLED 기술은 경쟁사 RGB-OLED 기술과 방식이 전혀 다른 기술”이라며 “경쟁사 기술 정보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입수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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