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진학상담사 과정 참가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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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해외지사로 발령 받은 남편을 따라 3년 동안 아랍에미리트에서 생활한 주부 차정민(39·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씨. 지난해 7월 한국으로 돌아온 뒤 두 가지 고민이 생겼다. 초등 3학년, 1학년 두 자녀의 교육 문제와 자신의 재취업 문제였다. “아이들이 한국 교육에 적응할 수 있을지가 가장 고민됐어요. 아랍에미리트에 있을 때 상당수 학부모가 ‘한국에서는 해외 거주 학생들이 재외국민전형 말고는 대학 갈 방법이 없다’고 걱정하거든요.”

진로진학상담사 2급을 취득한 차정민(왼쪽)·이도원 씨가 조효완 전문위원(오른쪽)과 향후 계획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최명헌 기자]

 차씨가 지난해 8월 중앙일보와 한국교육컨설턴트협의회가 공동 개설한 진로진학상담사 과정에 등록한 이유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과정을 수강해 진로진학상담사 2급 자격증을 획득한 그는 “수능을 보지 않고도 외국에서 응시한 SAT(미국 수학능력시험)나 AP(선학점이수제), 교육경험 등을 활용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동시에 차씨는 진로진학상담사 과정에서 배운 지식을 토대로 해외 거주 학생을 위한 전형을 분석하면서 교육 컨설턴트로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이 일하는 분야를 확장시키기 위해 이 과정을 선택한 이도 있다. 초등교사 출신으로, 20여 년 동안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학 교육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도원(49·서울 행당동)씨는 “대학입시 정보가 있어야만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짜고, 진학상담을 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학의 중요성을 아무리 설명해도 귀담아듣지 않는 학생이 많아요. 하지만 진로진학상담사 과정을 통해 배운 대학별 입시전형,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을 근거로 삼으니 학생들이 제 말에 신뢰를 느끼더군요.” 이를 계기로 자신의 사업을 고교 과정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아들(19)이 정시모집에서 지원 대학을 고민할 때도 이씨가 나섰다. ‘대학입시의 이해와 실전’이란 수업에서 “2012학년도 대입부턴 수시 미등록 인원이 충원되기 때문에 정시모집 경쟁률이 올라갈 것”이란 얘기를 들은 그는 소신 지원하려던 아들을 안정 지원으로 바꾸는 데 도움을 줬다.

 이들은 진로진학지도사 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점도 지적했다. “수업을 들으며 지식을 얻고 자격증을 획득하는 건 좋지만, 실습의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육컨설턴트협의회 조효완(서울과학기술대 입학사정관 실장·교수) 전문위원은 “올해 시작되는 진로진학지도사 과정부턴 배운 내용을 토론하고, 시연해보면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진학·진로라는 것은 스스로 정보를 수집·분석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서울시진학지도협의회 교사 연수 등 교사들이 서로의 자료를 공유하는 자리에도 참석하면서 자신만의 정보를 만들어 나갈 것”을 당부했다.

최석호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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