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마신 우유팩 윗부분 누르니 플라스틱 마개가 똑 떨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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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달 27일 독일 쾰른 국제 식음료 기술박람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테트라팩의 친환경 포장재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테트라팩]

지난달 30일 독일 쾰른에서 열린 ‘제6회 국제 식음료 기술박람회’ 전시장. 스웨덴의 식음료 포장재·설비 업체 ‘테트라팩’의 전시관에 들른 관람객이 물었다.

 “이 종이팩의 특성이 무엇입니까.”

 “여기 점선 부분을 누르면 플라스틱 마개와 그 언저리가 종이팩에서 똑 떨어집니다. 분리수거를 쉽게 하려는 거지요.”(테트라팩 직원)

 ‘TEA ST(Tetra Evero Aseptic Separable Top)’라 불리는 이 제품은 테트라팩이 종이팩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고안한 것. 상당수 나라에서 우유·주스팩에 붙은 플라스틱 마개를 따로 떼어 분리 수거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종이팩 재활용률이 20%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개발한 신제품이다.

 최첨단 식품 가공·포장 기술이 한자리에 모인 올해 식음료 기술박람회는 이렇게 ‘친환경’이 화두였다. 3년마다 열리는 박람회에 참석한 40여 개국 1000여 업체는 대부분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식품 가공기술과 재활용률을 높여주는 포장재들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테트라펙은 전시회에 ‘그린 캡(GC·Green Cap)’이란 우유·주스팩용 친환경 마개도 내놨다. 분해가 잘 되지 않는 플라스틱 대신 사탕수수에서 뽑아낸 식물성 소재로 만들었다. 글로벌 식품 기업 네슬레의 브라질 공장에서 지난해 6월부터 우유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테트라팩의 데니스 욘슨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소비자들이 갈수록 친환경 포장을 한 제품을 많이 찾고 있어 식음료 회사들이 친환경 포장재 사용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친환경 쪽으로의 포장재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테트라팩은 2020년까지 종이팩 재활용 비율을 현재의 두 배인 4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마개 언저리가 쉽게 분리되는 ‘TEA ST’가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개발한 제품이다. 테트라팩은 한편으로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종이팩의 고온 멸균 과정을 대체할 ‘전자빔(eBeam) 공정’이다. 현재 시험 가동 중인 이 공정은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여 생산비용을 30%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되는 신기술이다. 3~4년 내 상용화될 것으로 테트라팩은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이 같은 각종 친환경 기술 개발에 매년 매출액의 4%가량을 투자한다. 이 회사의 지난해 전 세계 매출은 16조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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