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자 적정임금 논란

중앙일보

입력

대북(對北) 경수로사업에 투입된 북한 노동자들의 파업사태가 임금 인상 요구로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들의 적정 임금에 대한 논란이 남북한에서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북측 인력은 2백명 수준이었으나 지난 4월께 1백10달러(비숙련공)하던 임금을 6백달러로 올려달라며 절반을 철수시킨 상태다.

이에 대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측이 계속 난색을 표하자 북측은 요구 수준을 다시 낮춰 3백60달러를 제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입장차가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조동호(曺東昊)북한경제팀장은 "북한의 '외국투자기업 노동규정' 에 따르면 북한에 투자하는 외국기업은 임금 외에도 1년에 1백%의 보너스와 임금의 7%에 해당하는 사회보험료, 그밖에 각종 장려금.상금 등을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며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도 경수로사업에 투입된 북한 노동자의 임금인상폭은 당초 합의대로 연간 2.5%를 초과해서는 안된다" 고 말했다.

曺박사는 그 근거로 북한 노동자의 국내 임금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에서 일반 노동자의 월 임금은 70~1백원으로 이를 미화(美貨)로 환산하면 대략 32~45달러(1달러=북한돈 2.2원).

1992년 2월 북한 당국이 노동자 임금을 일괄적으로 43.4%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했음을 고려하면 임금수준은 약 1백~1백43원으로 이는 대략 45~65달러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그러나 최근 경제난으로 북한의 공장가동률이 30% 이하로 떨어지면서 노동자들을 소속 직장이 아닌 탄광.건축현장 등의 단순노무자로 배치하거나 강제휴직 조치를 하기도 해 월평균 임금이 60원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92년 초 "국가가 손해보는 한이 있더라도 정상 임금의 60% 수준을 유지하라" 고 지시한 적이 있고, 94년 4월에는 노동자 임금 등급을 일률적으로 1등급씩 하향 조정하는 '정무원 결정 40호' 를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북한이 노동자들에게 주택.교육.의료.보건 등의 혜택을 보조금 형태로 제공해왔음을 무시할 수는 없다.

曺박사는 이에 대해 "노동자 1인당 보조금 형태로 지급되는 간접임금은 약 83원" 이고 "이를 임금에 합해도 북한의 임금수준은 약 70~83달러이며, 92년 임금인상분을 모두 반영해도 83~1백3달러에 불과하다" 고 분석했다.

북한이 그동안 외국기업에 요구해온 임금수준이 통상 국내 임금보다 50% 이상 높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경수로사업에서의 노동자 임금 인상 요구는 지나치게 높은 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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