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역대 최고 뻥은 ‘나무에 스파게티 주렁주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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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957년 4월 1일 영국 방송 BBC가 ‘스파게티 열매를 수확하고 있는 농부들’이라며 내보낸 영상 장면. [사진 www.museumofhoaxes.com]

1일(현지시간) 인터넷엔 “지구가 폭발해 모두 죽었다 ”는 영국 BBC의 기사가 퍼졌다. BBC의 만우절 기사로 비쳐진 이 기사는 실은 한 트위터러가 BBC를 패러디해 만들어낸 만우절 장난이었다(gothamist.com). 만우절 거짓말에 대한 거짓말인 셈이다.

 BBC는 실제로 ‘사고’를 친 적이 있다. 1957년 4월 1일엔 ‘온화한 날씨와 해충 박멸 덕에 스위스에서 스파게티 열매 풍년이 들었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 기사는 인터넷 ‘거짓말 박물관(Museum of Hoaxes)’이 선정한 세계 만우절 100대 거짓말 리스트에서 1위에 올라 있다.

1962년 스웨덴 TV는 흑백 TV에 나일론 스타킹을 씌우면 컬러 화면이 나온다며 천연덕스레 시연하기도 했다. [사진 www.museumofhoaxes.com]

 1일 LA 타임스는 “미디어를 믿지 말라”는 제목으로 BBC 스파게티 등 시대를 풍미한 만우절 장난기사들을 소개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77년 ‘세미콜론 모양의 섬으로 구성된 소공화국 산세리프’를 보도했다. 전국에서 휴양지 문의가 잇따랐다. 92년 미국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PR)가 방송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선언’도 전국을 술렁이게 했다. 98년 ‘뉴멕시칸 과학과 이성’ 뉴스레터가 원주율 파이 값이 3.14150…에서 3.0으로 변경됐다고 알린 것도 지금껏 회자된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만큼 파급력이 없는 분위기다. 만우절 낚시 기사가 관례화되면서 독자들이 어느 정도 감식안을 갖게 됐다. 인터넷 ‘집단지성’의 상호 확인도 한몫한다. 언론사가 되레 당하는 일도 생겼다. 지난달 28일 워싱턴포스트는 ‘(그래미상 수상 가수) 카니예 웨스트가 웹사이트계의 페이스북 Whodat.biz를 만들었다’는 정보기술(IT) 리뷰 블로그를 실었다가 이를 철회했다.

 만우절 장난은 차기 미 대통령 후보도 웃고 울렸다. 공화당 경선 선두 주자인 밋 롬니 는 1일 위스콘신주 지지자들과의 브런치 모임에 참석했다가 눈앞 청중석이 텅 빈 데 당황했다. 참모들이 꾸민 만우절 장난이었다. 이날 경제지 포브스의 웹사이트엔 ‘롬니가 경선에서 물러나고 릭 샌토럼 에게 (후보직을) 양보한다’는 블로그가 실려 일부 유권자들이 사실 확인 소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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