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일드펀드내 투기채 다른 펀드로 옮겨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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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일드펀드가 속속 만기에 도달하는 가운데 이들 펀드가 보유했던 투기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일부가 만기가 남은 하이일드펀드나 CBO(채권담보부증권)펀드로 옮겨지고 있다.

투신운용사들은 하이일드펀드와 CBO펀드가 상품약관상 투기채권을 집중 투자하도록 돼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며 일부 회사들은 이들 투기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세컨더리 CB0를 발행해 소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투기채권 자리 바뀐다 = 지난해 11월부터 판매됐던 하이일드펀드가 만기 1년이 경과돼 지난 15일부터 속속 만기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하이일드펀드는 약관상 신탁재산의 50%이상을 BB+이하 투기채권에 투자해야 하나 개별 펀드별로는 투기채 편입비율이 대략 20∼50% 범위에서 다양하게 운용됐다.

펀드가 만기에 이르면 투신사들은 고객들에게 환매를 해주기 위해 펀드내 투자자산을 현금화해야 하는데 문제는 투기채는 사줄 곳이 없다는 데서 생긴다.

하이일드펀드에 있던 투기채는 펀드 만기전에 채권의 만기가 먼저 도래해 현금화(상환)되는 물량도 있지만 어디선가 다시 사줘야 하는데 투신운용사들이 결국 다른 하이일드펀드나 CBO펀드에서 되사가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현대투신운용은 만기도래한 하이일드펀드 처리를 놓고 환매 규모가 많지 않아 투기채 대부분이 아직 펀드에 남아있으나 투기채와 어음의 10% 정도는 다른 하이일드 펀드나 CBO펀드로 넘겼다.

삼성투신운용도 만기에 이른 하이일드펀드의 투기채 비율이 17%에 불과한 가운데 이중 100억여원어치를 뉴하이일드펀드나 CBO펀드로 옮겨놓았다.

삼성투신운용 관계자는 '고수익 비과세 펀드로 넘기고 싶지만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서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투신운용도 하이일드펀드 만기가 되기전 투기채 만기가 먼저 이르러 상환받았으나 일부 투기채는 편입비율을 채우지 못한 다른 하이일드펀드나 CBO펀드에 편입시켰다.

■다른 펀드로 이전 불가피한가 = 투신운용사들은 하이일드펀드와 CBO펀드내 투기채를 재흡수하기 위해 허용된 비과세 고수익펀드가 '신용위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 제고로 인해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항변한다.

또 하이일드펀드와 CBO펀드는 약관에 의해 투기채권을 50%이상 투자하도록 돼 있는데도 실제 편입비율이 이를 채우지 못한 경우가 많아 투기채를 옮겨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에 다른 하이일드펀드로 옮겨진 투기채들은 원래 편입됐던 하이일드펀드가 10%를 넘는 높은 수익률을 실현한데서 보듯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만기도래 하이일드펀드 가입자 다수가 만기와 함께 환매, 다른 펀드로 갈아타거나 아예 투신을 떠나고 있어 이같은 방법을 택할 경우 나중에 만기에 이르는 하이일드펀드나 CBO펀드 투자자들에 돌아가는 위험부담이 커지게 된다는 점이다.

지난 12일 현재 투신권 전체 하이일드펀드가 458개에 13조3천775억원, CBO펀드가 222개에 11조2천9억원이 수탁돼 있어 투기채 편입비율을 감안하면 하이일드펀드에서 5조원의 투기채와 CBO펀드에 7조원의 후순위채를 안고 있다.

이중 일부 물량은 하이일드.CBO펀드가 만기에 이르기전 채권만기 도래로 상환된다해도 상당수 물량은 옮겨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세컨더리 CBO 발행 고려해볼만 = 동원증권은 최근 펀드 판매사가 안고있는 미매각 수익증권에 편입된 투기채를 담보로 세컨더리 CBO(유통시장 채권담보부증권) 1천69억원어치를 발행, 기관투자가에 팔았다.

이 세컨더리 CBO에는 BB+이하 투기등급채권 363억원, BBB- 등급 678억원어치가 각각 포함됐다. 즉, 만기도래한 하이일드펀드가 보유중이던 투기채를 판매 증권사가 미매각수익증권으로 떠안은 다음 일부 국공채와 묶어 이를 기초자산으로 보증기관의 보증을 통해 AAA급 선순위채를 발행해 유동화하는 방법이다.

한국투신운용도 만기에 이른 하이일드펀드내 편입됐던 투기채를 세컨더리 CBO로 소화하는 방법을 추진중이다.

정원석 한투운용 채권운용팀장은 '하이일드펀드.CBO펀드 고객들도 투기채에 대한 기피증을 보이고 있어 다른 펀드로 이전시키기는 곤란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투기채 소화를 위한 프라이머리 CBO 발행이 이미 대형 증권사들이 한차례 발행해 추가 대상 기업을 고르는데 애로를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세컨더리 CBO 발행이 투기등급 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최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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