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에 추천글 쓴 조한혜정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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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홍석천씨가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이후, 이를 뜻하는 '커밍아웃'은 우리 사회에서도 더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연세대 동성애자 모임 '컴투게더' 회원 15명이 1년여에 걸쳐 번역, 최근 출간한 책 '커밍아웃'(박영률출판사.1만2천원)은 그러고 보면 때를 잘 맞춰 나온 셈이다.

이 책은 저널리스트이자 방송인인 미국인 에릭 마커스가 동성애자들이 흔히 받는 질문 3백가지에 대해 쉽고 차분하게 답변을 제시한 글이다. 각 장마다 컴투게더 회원들이 한국 상황을 덧붙여 설명해 놓았다.

동성애에 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건간에 자신이 동성애에 대해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에 해설을 쓴 연세대 조한혜정(52.사회학.사진)교수를 지난 15일 연세대 인문관에서 만났다. 번역자이자 '당사자'인 컴투게더 회원들을 보려했지만 "언론을 통해 '커밍아웃' 하기엔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10대를 위한 자신의 신간 탈고까지 미루며 길고 긴 '추천사' 를 쓴 조한교수 역시 공동 작업자나 다름없다고 판단했다.

녹색으로 부분 염색을 한 조한교수의 머리칼에 대해 한마디 건넸더니 "한민족은 무조건 까만 머리여야 한다는 식의 획일적인 생각을 없애는데 한몫 하는 것 같아 머리에 염색한 학생들을 좋아한다" 고 말했다.

그는 매사가 그런 식이다. 동성애 문제만 해도 나하고 뭔가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사람을 미워하거나 손가락질하는 것은 죄악이라는 것이다. 동성애와 같은 '다름'이 존중받는 다원주의야말로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조한교수는 1995년 연세대 총학생회 주최로 동성애 문제를 다룬 '성(性)정치 문화제'가 열렸을 때 토론회 사회자로 초대받으면서 컴투게더 회원들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 획일주의 문화에 의한 인권침해현상을 꼬집어온 그에게 동성애 문제는 새삼스런 분야가 아니었다. '집단 따돌림' 이라는 폭력의 대상이 왼손잡이나 독신 여성 등으로부터 이제 동성애자로 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동성애 혐오증 '환자'들 뿐 아니라 '상식적인' 많은 사람들도 동성애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나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며 "서구 기독교 사회에서 아직도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이유가 동성애를 '신성모독' 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면, 한국 사회에선 '아이를 못낳는다' 는 점과 관련돼 더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열심히 피임을 하면서 온갖 '부자연스런' 성행위를 즐기는 이성애자들과, 입양과 대리모 출산 등을 통해 자녀를 갖고 사는 동성애자들을 놓고 과연 '정상-비정상' 식의 이분법이 가능하냐"고 그는 반문했다.

조한교수는 그러나 현재 TV출연 금지 조치를 당한 홍석천씨도 곧 기획자나 출연자로 다시 스타가 될 수 있을 거라며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믿음을 보였다.

"이 따뜻한 책이 동성애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을 무너뜨리고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정수 기자 (newslady@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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