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가동 1주일, 대우차 위기 확산]

중앙일보

입력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의 가동중단 사태가 17일로 1주일째로 접어들었고 군산공장도 돌았다 멎었다 하는 상태가 거듭되고 있다.

협력업체의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없고 급기야 공장폐쇄 결정을 내린 곳이 나왔으며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은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한 의사표시를 보류한 채 관망세로 일관하고 있다.

대우차 노조는 사무직 모임인 사무노동직장발전위원회와 협력업체 노조 대표 등이 모인 `대우차 정상화 범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중지를 모으고 나섰다.

◇부평공장 스톱 장기화되나 = 대우차의 `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평공장라인은 지난 8일 최종부도 이후 조업계획상 쉬는 날을 빼면 1주일째 멈춘 상태다.

부평의 하루 조업중단에 따른 손실은 100억원에 이르는 만큼 손실액이 1천억원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다.

대우차의 내수판매는 부도 이후 30%까지 줄었고 수출에서도 운임지급을 요구하며 현지 항구 등지에서 묶인 차량이 1천800억원 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해외판매법인 뿐만 아니라 본사의 자금순환이 막힐 위기에 처했고 내수를 담당하는 대우자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평의 `스톱'은 부품공급 차질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장기화될수록 공장 정상화에 대한 채권단의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런 시각은 대우차에서 가장 잘 팔리는 주력 차종이 마티즈(창원공장)와 레조(군산공장)인데다 공장도 나눠 팔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나 대우차 관계자는 "대우차에서 부평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한정된 재고량을 통해 현금 유동성 확보와 해외 수출선을 최대한 유지하려다 보니 불가피한 상황이 전개된 것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부평 정상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나머지 공장도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채권단의 운영자금 지원 등 특단의 지원이 없는 한 부평공장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원이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시한보다 당겨 이달 내에 하더라도 향후 전개되는 상황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전반적인 업계의 시각이다.

대우차 고위 관계자는 이에대해 "채권단이 내주 초부터 움직일 것 같다"고 밝혀,신규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 지원책 공회전, 협력업체 공장폐쇄까지 = 대우차 부도로 부품공급을 중단한업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급기야 2차 협력업체에 속하는 세아튜빙은 직원수가 50명에 이르는 부평공장의 폐쇄를 노조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특례보증한도 확대와 새어음 교환 등의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일선 금융사 창구는 `나 몰라라' 한다는 것이 협력업체들의 하소연이다.

중소협력업체들의 경우 공장을 멈추고 한숨만 내쉬고 있는 상황이며 채권.채무를 동결하는 재산보전처분으로 기존 어음은 현재 휴지 조각에 불과해졌다.

뒤늦게 정부는 협력업체의 세금 납부기한을 6개월 연장하고 체납세금을 최장 9개월까지 징수유예하기로 발표했지만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노조와 사무노위의 첫 공조= 대우차 노조는 지난 15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대우차 정상화 범비상대책위원회(범대위)'를 구성했다.

범대위는 노조위원장과 사무직 모임인 사무노위 대표와 협력업체 노조 대표를 공동대표로 하고 전직 노조위원장, 직공장 대표를 자문단으로 진용을 갖췄다.

지난 98년 사무노위가 생긴 이후 노조와 손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살리기'란 대의 앞에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이지만 감원에 대한 시각 차이나 방법론상 입장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노조 관계자는 "공장 정상화를 위한 자체 프로그램을 짜고 회사와 정부, 채권단이 함께 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 혁신 외에 부실책임자 문책, 노동탄압중단, 일방적 해외매각 재고등도 주장하고 있어 사측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무노위는 "회사도 범대위에 포함시켜 회사 정상화를 위한 실제적인 기구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며 "부평공장을 살리려면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노사화합선언 등의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관망세로 바뀐 GM = GM은 11월 초순까지는 인수협상에 대한 의사표시를 하기로 일정이 잡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6일부터 1차부도, 구조조정 동의서 파문, 최종부도, 법정관리 신청등 일련의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자 숨 죽인 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수협상 개시에 앞선 양해각서 체결 등 다음단계로 넘어가지를 못한채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서두를 필요는 하나도 없는 것 같다"면서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나면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이달 안에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나더라도 본격적인 논의는 12월 초나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대우차는 예상했다.(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