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吾園) 장승업 특별 기획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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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의 명리를 떠나 임금의 명령에도 아랑곳없이 타고난 자유인으로 떠돌며 조선말기 화단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오원(吾園)장승업(張承業·1843~1897).

조선조 회화사를 찬란하게 마감하면서 현대 회화의 서막을 연 조선시대 마지막 천재 화원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특별기획전이 서울대 박물관에서 열린다. 16일~12월20일 박물관 기획전시실.

신선 셋이 서로의 나이를 자랑하는 내용을 담은 '삼인문년도'와 사람의 수명을 맡고 있다는 남극성 화신인 노인의 모습을 그린 '남극노인도', 큰 거북을 깔고 앉은 신선이 낙엽을 쥐고 있는 쓸쓸한 모습을 형상화한 '추정귀선도', 눈썹 처럼 생긴 산과 배꽃이 어우러진 골짜기를 형상화한 산수화 '미산이곡' 등 인물화와 산수화·화조도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던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문화관광부 후원으로 이뤄지는 이번 기획전의 특징은 서울대소장품 외에 국립중앙박물관·호암미술관·선문대·고려대·서강대 박물관 등에 분산돼 있는 장승업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것. 전시품은 총 50여점 90폭에 달한다.

중인가문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장승업은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고아가 돼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서울 수표교에 있던 이응헌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미술에 입문했다.

이응헌은 청나라를 왕래하던 역관으로 좋아하는 그림을 사서 모으던 대표적 수장가였다. 장승업은 그림이 가득한 이응헌의 집에서 살며 어깨 너머로 화가나 수장가들의 그림을 감상함은 물론, 붓으로 작품을 흉내내보기도 했다.

일찌기 그의 재능을 알아본 이응헌의 도움으로 장승업은 그림에 전념할 수 있었고, 그의 명성은 궁궐에까지 알려져 잠시 궁궐생활을 하기도 했다.

세사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했던 그의 삶은 작품에도 그대로 반영돼 정통화법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필법으로 기명절지화와 화조영모화 등을 후대에 남겼다. 02-880-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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