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결산] ④기록으로 본 2000 시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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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프로축구는 득점과 관중 하락세로 부진했다는 평가 일색이지만 대신 최다연승 등 각종 신기록이 쏟아지는 등 쏠쏠한 재미도 없지 않았다.

우선 올시즌 `정규기록'은 관중동원과 득점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뒤처져 낙제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한경기 평균 1만3천845명, 총 267만여명이 입장했으나 올해엔 전체관중수가 1년전에 비해 77만명이나 줄어든 190만명에 그쳐 한국축구의 위기를 실감케했다.

관중 격감의 원인을 놓고 이동국(포항), 고종수(수원), 안정환(부산) 등 신세대스타들의 부진, 잦은 판정시비, 유럽선수권 국내 생중계 등 해석이 분분하지만 무엇보다 경기침체 속에 대표팀의 부진이 흥행에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덩달아 득점도 지난해 경기당 평균 2.95골에서 2.72골로 떨어져 다시 2년전으로 되돌아갔다.

지난해 득점왕 샤샤(수원)와 안정환, 김현석(전 울산) 등 기존 골잡이들의 공백과 스타들의 부상이 득점 하락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득점왕 둥 각종 기록도 `흉작'이었다. 김도훈이 차지한 정규리그 득점왕이 지난해보다 무려 6골 적은 12골에서 결정됐고 골잔치의 `대명사'인 해트트릭은 6번 나와 지난해에 비해 1회 줄었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신기록과 진기록이 나와 다소 맥빠진 듯했던 순위경쟁에 힘을 불어넣기도 했다.

10년만에 정상을 탈환한 안양은 시즌 최다연승과 최다 연속경기 득점 등 2가지 팀기록을 세워 사뭇 달라진 팀워크를 과시했다.

안양은 6월14일 전북전을 시작으로 7월29일 부산전까지 10연승을 거둬 부산의 최다 8연승 기록을 바꾼 데 이어 대한화재컵 1경기를 포함, 9월30일까지 25경기 연속 골을 넣어 포철의 종전 기록(21경기)도 깨트렸다.

개인기록 부문에서는 김도훈(전북)이 7월16일 성남전에서 8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 95년 황선홍이 세운 기록과 타이를 이뤘고 신홍기(수원)는 9월24일 부산전에 출전, 김경범(부천), 윤성효(수원), 윤상철(안양)에 이어 역대 4번째로 300경기출장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진기록도 풍성한 편이어서 10월11일 수원-전남전에서는 한경기 2회 해트트릭 등 신기록과 진기록이 동시에 나오기도 했다.

두 팀은 10골을 합작, 지금까지 5번이나 나온 한경기 양팀 최다득점기록(9골)을 경신했고 수원은 7골을 넣어 한경기 한팀 최다득점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이날 광양경기에서는 특히 수원의 데니스와 산드로가 3골씩을 뽑아 2개의 해트트릭이 터지는 진기록도 나왔다.

또 신태용(성남)은 9월3일 부천전에서 역대 3번째로 `40골-40도움 클럽'에 가입했고 6월14일 성남-부산전은 승부차기 끝에 11-10으로 끝나 `가장 피말리는 승부'로 기록됐다.

이밖에 김정겸(전남)은 8월30일 포항전에서 37초만에 벼락골을 터트렸으나 86년 권혁표(한일은행)가 세운 역대 최단시간 득점기록(19초)보다 20초가 늦어 빛이 바랐다.

이처럼 다사다난했던 국내 프로축구가 내년에는 한층 성숙된 경기력과 함께 풍성한 기록잔치을 벌여 팬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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