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1조원 자구계획 마련, 17일 오전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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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친족 계열의 지원을 토대로 1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확정, 17일 오전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함께 공식 발표한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 자구안에 대해 정몽구 회장(MK)과 몽준 고문(MJ)이 동의할 경우 수용한다는 방침이어서 현대건설은 일단 유동성위기를 극복하고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6일 현대건설이 정몽구 현대자동차 계열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 계열로부터 계열사및 보유 지분 매각 방식으로 4천여억원을 지원받는 등 모두 1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만들어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외환은행과 현대건설은 실무적인 협의에 시간이 필요해 17일 오전 발표가 가능하다는 뜻을 정부에 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자구안에는 서산농장 매각을 통해 6천억원, MK 계열과 MJ계열에서 4천여억원, 몽헌(MH) 회장의 보유주식 등 사재출연 400억∼500억원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자구안에 대해 MK와 MJ가 동의할 경우 받아들인다는 방침이어서 현대건설문제는 일단락될 전망이다.

한편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몽헌 회장은 이날 오전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서 회동, 지난 4월 경영권분쟁이후 계속된 갈등을 화해하고 협조키로 약속했다.

몽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대차의 직접 지원은 불가능하지만 관계사에서 상호거래에 이익이 되는 안을 선택, 해당사의 이사회 등에서 의결을 거쳐 법 테두리 내에서 긍정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밝혀 현대건설 지원의사를 확실히했다.

MH는 이 자리에서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 2.69%(960억원 상당)와 현대전자가 보유한 현대오토넷 지분, 현대건설의 인천철구공장(400억원 상당) 등을 매입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전자의 현대오토넷 보유분은 78%(1천248만주)로, 올 초 평가액인 주당 5만원(액면가 5천원)을 기준으로 전체의 15%(240만주)를 매입한다면 1천200억원이 된다. 이 경우 현대차 그룹의 간접지원 액수는 2천6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도 법과 경제성, 주주의 이익 등을 모두 만족하는 방안을 찾아 현대건설을 지원하기로 했다.(서울=연합뉴스) 김종현.정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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