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민주, 무역적자 해소책 이견

중앙일보

입력

미국 공화, 민주당 양당이 무역적자 급증의 원인과 해소책에 대해 큰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14일 발표된 미국 무역적자 재검토 위원회 보고서에 서 밝혀졌다. 민주, 공화 의원 6명씩 12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17개월간 10회의 청문회와 140여명의 증언 등을 통해 300 페이지에 달하는 무역적자 보고서를 작성, 의회와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공화당은 미국 경제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해 수입이 증가했으나 무역상대국 경제가 약해 수출은 늘지 못한 것이 무역적자 급증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외국시장의 높은 비관세 장벽이 중요한 원인'이라며 무역장벽을 적자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이들은 무역장벽으로 수입할당제와 덤핑, 연구와 개발, 생산에 대한 정부보조금 등을 지적했다.

머레이 웨이덴바움 위원장은 공화, 민주 양당이 무역을 제한하는 것보다는 무역장벽 제거와 시장 개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미국 무역적자는 1999년 3천310억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에는 4천500억 달러에 더욱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원회는 이같은 무역적자는 일본과 중국, 멕시코, 캐나다 등과의 교역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미국의 기업과 노동자들이 일본의 무역장벽 때문에 설자리를 잃고 있으나 일본 기업들은 국내시장의 보호 혜택을 누리며 미국과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일본이 농업 등 특정 산업을 보호, 미국의 수출이 막히고 있으며 많은 미국 기업들이 특정 분야의 시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에 대한 통계지표에 따르면 일본이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 시장접근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이 견해에 뜻을 같이했다.

민주당은 '일본과 중국이 공개적, 비공개적 무역장벽을 가지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며 '이런무역장벽은 미국이 수출을 위한 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다년간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방법은 무역규정을 더욱 강력하게 집행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과 일본 같은 국가에서 숨겨진 장벽이나 비관세 장벽을 찾아내 철폐시키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또 행정부가 세계 무역기구(WTO)를 포함한 모든 무역협정에 노동과 환경기준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무역적자를 줄이고 미국 경제를 발전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WTO를 지원하고 무역과 투자에 대한 국제 장벽을 낮추기 위한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를 위해 의회가 대통령에게 `신속 협상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하원은 14일 유럽연합(EU)과의 무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상원이 이미 승인한 미국 세법의 문제조항에 대한 개정안을 316대 72로 가결했다.

EU는 1997년 외국 판매기업을 통해 수출하는 미국 기업에게 세금혜택을 주는 미국의 세법 조항(FSC)이 불공정 무역보조금에 해당한다며 WTO에 제소했었다.

WTO는 지난해 EU의 제소를 받아들여 미국 정부에 올 10월 1일까지 문제조항을 고치도록 판결했다. 이후 미국과 EU의 합의로 시한이 11월 1일까지 연기됐으나 미국 대선 상황으로 인해 지금까지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EU는 이에 대해 미국이 계속 문제조항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WTO 규정에 따라 미국 수출품에 대해 처벌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이번에 하원을 통과한 개정 조항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해 WTO 규정에 맞지 않을 경우 역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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