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뒤 삶 ‘세대차’ … 20대 낙관, 60대 실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현재 직업이 있는 사람은 은퇴 후의 삶이 과거의 삶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반면 이미 은퇴한 사람은 되레 더 나빠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민의 은퇴준비 상태가 100점 만점에 58.3점으로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퇴 준비·전망·평가지수를 발표했다. 서울대 노년·은퇴설계 지원센터와 함께 서울 및 5대 광역시에 사는 비은퇴자(25~65세) 1800명과 은퇴자(55~75세) 200명을 직접 또는 온라인 면접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비은퇴자의 ‘은퇴전망지수’는 104.6이 나왔다. 이 지수가 100을 넘었다는 것은 은퇴 후의 삶이 젊은 시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더 높았다는 뜻이다. 여가생활과 가족·친구 관계, 심적 안정과 주거 환경 등에 대한 기대감이 특히 높았다. 은퇴 이후에 좀 더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봤다는 얘기다.

반면 재무·일·건강 등의 항목은 은퇴 전보다 다소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성별로는 여성(105.9)이 남성(103.5)보다 은퇴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115.9)가 가장 낙관적이었고, 60대 비은퇴자(97.5)가 가장 비관적이었다. 젊었을 땐 은퇴 생활이 장밋빛으로 보이지만 나이가 들어 현실로 다가오면 걱정이 하나둘 늘어간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하듯 은퇴자 중에는 전보다 생활이 되레 나빠졌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은퇴자의 ‘은퇴평가지수’는 97.9로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여성(103.6)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나아졌다고 했지만 남성(91.4)은 은퇴 생활에 대한 불만이 컸다. 은퇴자들은 이전과 비교해 여가가 늘고, 가족·친구 관계와 주거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답했다.

건강도 젊은 세대가 우려한 것만큼 나빠지진 않았다고 했다. 문제는 일과 재무 영역의 만족도가 젊은 세대의 예상치보다 비해 크게 낮았다는 점이다. ‘돈도 없고, 할 일도 없는데 늘어난 여가가 무슨 소용 있느냐’는 얘기인 셈이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고혜진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은퇴자에게 적합한 ‘시니어 잡’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며 “젊은이들이 선호하지 않는 분야에서 단기간 집중 교육을 받은 은퇴자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은퇴 준비가 잘된 상위 10%는 자신의 일에 매우 만족하고, 월 50만원 이상을 은퇴 생활비로 투자하며, 대부분 개인·퇴직연금에 가입했다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