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일본 프로야구의 위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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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프로야구는 현대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현대가 3연승할 때까지만 해도 싱거운 승부로 예상됐지만, 이후 두산이 내리 3연승을 따내며 시리즈는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로 진행됐다. 덕분에 수원구장은 6, 7차전에서 올시즌 처음으로 만원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막판에 와서 열기를 보였던 한국 프로야구이지만, 전시즌 통해서 보면 위기나 다름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관중수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총관중수는 지난해 보다 22%나 줄었고,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4,565명이라는 시리즈 사상 최소관중기록을 세웠다.

그렇다면, 일본의 올해 프로야구는 어땠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올해도 프로야구의 인기는 여전했다. 특히 재팬시리즈에서 ON대결이라는 꿈의 대결이 이루어져 이런 인기는 오래 갈 듯 하다. 50년 전통의 일본프로야구가 간단히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일본에서도 프로야구의 위기론도 점점 제기되고 있다.

최근들어 오릭스의 이치로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자 오릭스의 사장 오가조는 오릭스의 위기뿐만 아니라 일본프로야구 전체의 위기설을 시사했다. "새로운 팬들이 늘지 않는다. 위기적 상황이다. 구단주들에게는 경영을 개선하려고 하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퍼시픽리그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

드래프트의 역지명제도, FA제도, 현금 드레이드 등으로 유능한 선수가 퍼시픽리그로부터 센트럴리그로, 센트럴리그에서 요미우리로 집중되는 추세다.

몇년전까지 만해도 '실력의 퍼시픽리그', '인기의 센트럴리그'라는 말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실력도 인기도 센트럴리그가 되고 말았다. 그 증거는 올스타전이다.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가 맞붙는 올스타전의 통산성적은 퍼시픽리그가 68승 57패 1무승부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최근 3년 동안은 센트럴리그가 7승 1패 1무승부로 압도적으로 리드하고 있다. 게다가 그 7승은 7연승이다.

센트럴 리그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퍼시픽리그로부터 선수를 끌어오는 센트럴리그지만, 또 하나의 방향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즉 메이저리그 친출이다. 노모를 필두로 이라부, 하세가와, 요시이, 사사키 등의 선수들이 미국에 건너갔다.

시애틀 입단이 확실시되고 있는 이치로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이치로는 타자로 첫진출인데다, FA를 선언하지 않은 채 보팅방식으로 메이저리그에 입단하는 첫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소속구단 승인을 얻어 미국행을 희망하는 선수의 교섭권을 입찰을 통해 최고액수를 제시한 미국 구단에게 주고, 입찰액은 일본구단에게 지불되는 제도다.

이치로를 통해 오릭스는 14억엔이라는 엄청난 수익을 거두었다. 만약 내년에 이치로가 FA를 선언하고 미국에 갈 경우 오릭스는 한푼도 얻을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이치로의 미국행은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일본구단들이 유능한 선수를 내다 파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

또한 미국 스카우트들은 일본의 유능한 고교생이나 대학생을 주목하고 있다. 요미우리의 우에하라도 입단 전에는 메이저리그 진출설이 나돌았었다. 지금까지 슈퍼스타급의 선수가 프로야구 입단에 앞서 미국에 간 선례는 없지만, 이것도 시간 문제인 것 같다.

다른 하나의 위기는 새로운 스타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마쓰이, 마쓰자카 등을 비롯해 스타가 될 만한 사람은 너무 많다. 그러나 이번 재팬시리즈 처럼 ON대결이라는 말이 계속 나와 있는 것을 보면, 일본 프로야구는 아직도 60년대 70년대에 활약했던 나가시마감독이나 오감독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쓰이도 스타이고, 마쓰자카도 스타이지만, 아직은 나가시마나 왕정치를 초월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일본에서 스타가 되었다가 미국에 가면, 일본프로야구는 미국에 선수를 보내는 '선수 공장'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제 일본프로야구도 "나가시마 시대가 좋았지..." 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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