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추가조성 오락가락]

중앙일보

입력

공적자금 추가조성 문제가 1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상정을 계기로 국회로 무대가 옮겨졌다.

정부는 지난 9월에 발표한 추가 공적자금 40조원으로도 부족해서 국회 동의과정에서 조성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고 있다. 그러나 더 필요한 규모는 국회 심의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공개를 꺼리고 있다.

국회는 공적자금관리 특별법 등을 만들고 국정조사를 벌이자며 당초 제출한 40조원 추가조성안 동의도 뒤로 미루고 있는 상태다.

국회와 정부가 밀고당기는 가운데 공적자금 투입시기를 놓쳐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 오락가락하는 공적자금 규모=정부는 지난 9월 22일 추가 공적자금 소요 규모를 발표할 때만 해도 구조조정 대상 은행에 대한 출자지원 6조1천억원과 기업부실화로 인한 은행 추가충당금 적립지원 2조원 등 총 50조원의 추가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40조원은 새로 조성해야 하고, 나머지 10조원은 회수한 자금을 사용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다.

그러나 국회동의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2001년 만기채권 상환분 1조5천억원이 새로 들어가고 은행 추가충당금 적립지원 규모가 1조원으로 줄어드는 등 두달새 금액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 현대건설.쌍용양회 등이 변수=정부가 책정한 40조원으로 최근의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은 정부 내에서도 다수의견이다.

11월 3일 29개 기업이 청산.법정관리로 들어감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이들 기업의 총여신 11조원 중 1조~2조원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처지가 됐다.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간 대우자동차 때문에 은행들이 추가로 충당금을 쌓아야 할 금액도 1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여기에 현대건설과 쌍용양회가 법정관리로 들어갈 경우 은행권은 총 7조6천억원의 신규 부실이 생긴다.

결국 진념(陳稔)장관의 말대로 현대건설.쌍용양회에 문제가 생길 경우 10조원에 근접한 추가 공적자금 수요가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쌍용양회가 법정관리로 갈 경우 하청.협력업체 연쇄도산 등을 감안할 때 10조원 이상의 추가자금이 필요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 국회동의 제대로 이뤄질까=국회동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공적자금 집행에 대한 국정조사▶공적자금관리 특별법 처리▶공적자금 위원회 설치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여야는 공적자금 국정조사에 합의했지만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국정조사를 의원입법 형태로 제출한 공적자금관리특별법과 관치금융청산법 처리문제와 연계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한구(李漢久)의원 등은 두가지 법을 만들고 국정조사를 마친 후 공적자금 추가조성방안 동의를 하자는 입장을 펴고 있고, 같은 당의 일부 의원들은 국정조사만 하고 동의해주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국회의 공세를 감안, 13일 陳장관 발언을 통해 몇가지 '선수' 를 쳤다. 공적자금 투입.관리.회수에 대해 획기적인 개선안을 제시한다거나, 은행들이 퇴직금 누진제를 없애고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에는 공적자금을 안주겠다는 것이 좋은 예다.

또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제도개선도 생각 중이다. 아무튼 공적자금 추가조성이 실제로 이뤄지기까지는 적지않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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