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시계 해외서 인기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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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계업체들이 최근 수출을 크게 늘리면서 도약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동유럽.중동지역에서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올 하반기 국산 시계 완제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2% 늘어날 전망이다.

부품은 고급제품에 들어가는 텅스텐 소재의 밴드(띠).케이스(몸체) 등의 수출이 꾸준히 늘어 올 하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5%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고급 이미지 굳히는 국내 시계=최근 디자인.품질 개선과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일부 해외시장에서는 일본의 세이코(SEIKO).시티즌(CITIZEN)에 버금가는 중고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로만손은 최근 들어 터어키.러시아 모스크바 등에서 중고가 시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최근 유가 상승에 힘입어 산유국의 주문량이 늘어 올해 3분기까지의 수출실적은 지난해보다 60.5% 증가한 1천2백68만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84개국에 상표 등록을 마친 로만손은 지역별 전문 디자이너를 육성해 차별화한 상품을 내놓고, 각국의 문화행사를 후원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것" 이라며 "과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웠던 것과는 달리 이젠 중고가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구축해,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고 말했다.

아동산업의 '포체' 는 그리스.우크라이나.멕시코 등에서의 판매호조로 올해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1천2백만달러 어치를 수출할 전망이다.

삼성시계에서 분사한 SWC도 주로 중동지역에 매달 1백30만달러~1백50만달러 어치를 내다 팔고 있다.

또 에센스는 동남아시아 등의 개발도상국가에 중저가 브랜드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 일본 넘보는 국내 부품업계〓국내 시계 부품업계는 텅스텐소재의 부품을 내세워 활로를 찾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부품이 스위스.독일 등 시계 선진국에 수출되고 있을 정도로 품질도 인정받고 있다. 수출도 최근 몇년간 20%대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텅스텐 전문 부품업체인 브릴랜드 시계의 유완희 사장은 "텅스텐 부품의 경우 불과 5년전엔 일본 제품이 세계 시장의 95%를 차지했으나 최근엔 국내 제품이 50% 이상을 점유해 일본 제품을 앞지르고 있다" 며 "스테인레스.브라스 등의 중급 소재도 아직 가격 경쟁력을 갖춘 상태" 라고 말했다.

시계공업협동조합의 김대붕 이사는 "브랜드 이미지만 갖춰지면 시계는 매우 높은 부가가치 상품이 된다" 며 "국내시계산업은 가격.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디자인만 강화되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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