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미주 → 아시아 → 유럽 … 핵안보 이슈 전세계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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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막연한 결론이지만 작은 성공이다.’ 27일 폐막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막연하다는 건 “각국이 2013년 말까지 핵물질을 제거하고 감축하기 위한 자발적인 조치들을 취하기로 했다”는 부분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발적이기 때문에 속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약속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대통령은 "정상들(7개국)은 또 민수용 고농축우라늄(HEU)의 제거 또는 감축 계획을 밝혔다.”고 했다. 각국이 얼마나 줄이기로 약속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 핵물질전문가워킹그룹(FMWG) 대표로 참석한 김두연 워싱턴 군축비확산센터 부국장은 “FMWG 대표들은 이번 회의를 ‘작은 성공’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2013년 (핵물질 폐기)시한 설정이 막연하다는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2009년 5월 체코 프라하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핵 없는 세계’를 주창하며 제안한 핵안보정상회의가 이번에 ‘실천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이 대통령은 13개 항의 실천사항이 담긴 서울 코뮈니케를 설명하면서 “정상들이 후손들을 생각하며 만장일치로 선언문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선 4~5개 나라가 핵안보 강화를 위한 공동 협력사업, 이른바 ‘기프트 버킷(gifts bucket)’을 연이어 발표했다. 미국과 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는 HEU를 사용하는 의료시설을 2015년까지 저농축우라늄(LEU) 사용시설로 바꾸는, 한국·미국·프랑스·벨기에 4개국은 연구용 원자로 원료를 HEU에서 LEU로 전환하는 연구를 공동으로 한다는 협약을 맺었다.

 1차 워싱턴(미주)-2차 서울(아시아)-3차 네덜란드(유럽)로 장소를 옮겨 개최하면서 핵안보를 미국만이 아닌 범지구적 이슈로 확산시켰다는 평가도 있다.

 이 대통령은 “서울 회의를 계기로 대한민국은 세계경제뿐 아니라 국제안보 분야에서도 글로벌 거버넌스를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역량 과시의 이면엔 역설적으로 한반도의 안보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낸 계기도 됐다. 북한이 미국과의 2·29 베이징 합의를 어기고 탄도미사일 발사 계획을 밝힌 데 대해 거의 모든 참석 국가들이 우려하면서다. 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참가 정상과의 양자회담 초점은 모두 북한에 맞춰졌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초대 받지 않은 손님, 북한이 회의 주빈석을 차지했다”고도 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처음부터 북한과 이란을 초대하지 않았다. “스포일러 이펙트(Spoiler effect·판깨기 효과)”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 효과를 피해 갈 수 없었다.

김수정·고정애 기자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과

①핵물질 감축 분야

- 미·러 지난 2년간 핵무기 3000여 개 고농축우라늄(HEU)을 저농축우라늄(LEU)으로 전환
- 미·러 핵무기 1만7000여 개 플루토늄 제거 예정
- 8개국 480㎏ HEU(핵무기 18개 분량) 제거
- 멕시코·우크라이나, 미·러에 HEU 전량 반납
- 스웨덴도 25일 미국에 수㎏ 플루토늄 반납
- 참가국들 2013년까지 자발적 HEU 감축 목표 제시
- 한·미·프·벨기에 HEU → 고밀도 LEU 기술 협력

②국제규범과 다자협상 체제 강화

- 2014년까지 핵물질방호협약국 발효하는 게 목표로 지난 2년간 비준국 35개→55개
-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지지

③핵·방사성 물질 불법거래 막는 국제 공조 강화

④원자력 평화적 이용 위한 원전 안전과 방호 강화

⑤산업·의료용 방사성 물질에 대한 방호 조치 강화

※2010년 워싱턴 회의 이후 조치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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