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한국에 손 벌린 립턴 IMF 부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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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턴 부총재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원 확충 노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 장관이 ‘한국도 참여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15년 전 외환위기 때 한국에 돈을 빌려 줬던 IMF가 재원 확충을 위해 한국에 손을 내밀었다. 데이비드 립턴 IMF 수석부총재는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유럽 재정위기가 다른 나라로 번지지 않게 하려면 IMF의 재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MF가 목표로 하는 금액은 1조 달러다.

 립턴은 1997년 11월 외환위기 때 한국과 IMF가 협상을 벌일 때 미국 재무부 차관이었다. 그는 사실상 IMF 실무협상단을 지휘했고, 자금 지원을 조건으로 한국에 혹독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그랬던 그가 IMF의 2인자가 돼 한국에 재원 확충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이날 오전엔 이종화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오후엔 박재완 재정부 장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를 차례로 만났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립턴 부총재는 최근 각국을 돌며 재원 확충을 요청하고 있고, 이번 방문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립턴 부총재는 “IMF가 추진 중인 지분(쿼터) 개혁이 진행되면 아시아 국가 지분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IMF는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직원 수도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도 지분 개혁을 승인하겠느냐는 질문엔 “적절한 시점이 되면 미국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다음 달 발표할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국은 완만한 성장, 유럽은 완만한 침체가 예상된다. 아시아는 안심할 만한 수준으로 계속 성장할 거고 중국 경제는 연착륙할 것”이란 내용이다.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으로는 유럽의 성장 둔화, 유럽 은행권의 급격한 부채 축소와 국제유가 급등을 꼽았다. 그는 “기름값이 올랐다고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건 공공재정에 영향을 미치고 거시경제에 피해를 입히는 일”이라며 “유가 상승에 대한 정책이 재정 기반을 무너뜨려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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