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잦은 감기가 뚱뚱해지려는 전조증상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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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소아비만을 가진 아동들의 엄마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아이가 감기를 달고 산다는 것이다. 비만과 감기는 과학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제프리 쉬머(Jeffrey B. Schwimmer) 교수팀은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인 ‘아데노 바이러스 36’에 감염된 아동은 감염 경험이 없는 아이들에 비해 비만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 집단은 감염되지 않았던 집단에 비해 체중이 평균 16kg 더 무거웠다. 특정 감기 바이러스가 비만을 유도한다는 사실은 놀랍고도 충격적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반적인 사실은 비만한 어린이의 경우, 각종 면역력 저하를 겪고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자주 감기에 감염된다는 사실이다. 미 노스캐롤라이나대 멜린다 벡(Melinda Beck) 박사팀은 쥐 실험을 통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비만한 쥐가 정상 체중의 쥐에 비해 감기나 독감에 더 잘 걸리는 것은 물론, 회복한 후에도 항체를 제대로 생성해내지 못해 다시 2차 감염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비만한 쥐가 감기에 걸린 후에도 기억T세포를 만들지 못해 재차 감기에 걸리는 것으로 판단된다. 기억T세포는 항원을 기억하고 있다가 동일한 항원이 침입했을 때, 신속히 증식해 몸을 보호하는 면역세포이다. 비만은 이런 기억T세포의 능력, 즉 면역력을 감퇴시키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비만이 아이들의 체력과 면역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만으로 인해 무거워진 몸은 신체활동을 꺼리게 되고, 그로 인해 아이들의 근육량도 점차 줄게 된다. 근육량이 줄면 당연히 더욱더 신체활동을 꺼리게 되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아이의 체력과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결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 공공보건감독연구소 연구팀이 신종플루 사망자를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이 이미 다른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질병이 바로 비만이었다는 것이다. 비만과 면역력의 상관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조사결과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의 면역력을 높일까?

소아비만 어린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적정한 신체활동과 운동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둘이 잘 충족되어야만 높은 면역력과 체력이 유지될 수 있다.

아이의 몸력을 높이기 위해서 또한 꼭 신경 써야 할 것이 수면과 영양이다. 소아비만 아이들은 대개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수면무호흡이나 잠에서 자주 깨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또 소아비만 아동에게 많은 코골이나 수면 중 입호흡 역시 장기적으로는 아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는 요소다.

이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면 수면의 질은 더욱 중요하다. 잠을 깊이 자야 식욕호르몬인 그렐린의 난동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명 다이어트 호르몬이라고 하는 멜라토닌, 세로토닌, 성장호르몬 등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수면 부족 또는 잠을 깊이 못 자는 아이의 경우, 아이의 식욕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비만을 야기시켜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잦은 감기는 아이의 식탐을 더욱 강하게 하는 악순환의 방아쇠가 된다.

이처럼 아이의 면역력과 정상체중은 바늘과 실처럼 밀접하게 붙어 다닐 수밖에 없으므로 엄마들은 아이들이 잦은 감기를 달고 산다면 식습관, 운동습관, 수면습관과 아이의 체지방율에 주목해야 한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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