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끼리 뭉치는 상식 ‘가문의 의리’가 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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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자유선진당은 보수를 표방하고 있다. 선진당 후보가 출마하면 새누리당 후보에게 갈 보수 표가 분산되는 게 ‘상식’이다.

 그런 상식이 서울 중구에선 깨졌다. 중앙일보가 선진당 조순형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난 21일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통합당 정호준 후보가 34.2%로, 28.9%를 기록한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보다 앞섰다.

 조 의원이 불출마하기 전인 15일 조사 때만 해도 정진석 후보와 정호준 후보는 각각 30.8% 대 30.0%로 초박빙이었다. 당시 조순형 의원은 10.3%의 지지율을 확보했다.

 상식대로라면 조 의원이 얻은 10%가 주로 정진석 후보에게 갔어야 맞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정호준 민주통합당 후보가 5.3%포인트 차로 앞서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선진당 ‘스톱’ 효과가 거꾸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정호준 후보 지지자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25일 조사에선 50대에서의 지지율이 33.2%로 15일(17.1%)에 비해 16.1%나 증가했다. 조 의원의 표가 정호준 후보에게 간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조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할 때 정호준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정호준 후보의 조부와 저의 선친은 함께 항일 독립투쟁, 대한민국 건국,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국가 지도자였고, 저도 정 후보의 부친과는 동료 의원으로 동고동락한 사이였다”고 했다.

 조 의원의 선친은 고 유석(維石) 조병옥 박사다. 조 박사는 해방 후 대한민국을 독립국가로 승인받기 위해 정호준 후보의 조부인 고 정일형 전 외무부 장관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한국 대표단으로 참석했었다. 두 사람은 1955년엔 함께 민주당 창당 준비를 하는 등 민주당 전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호준 후보의 부친인 정대철 전 의원은 조 의원과 함께 민주당에서 14,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사이다. 그래서 조 의원은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사퇴를 선언했고, 그 덕을 정호준 후보가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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