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학교폭력] 사이버왕따 막으려 직접 앱 개발한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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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구 교사가 ‘클래스팅’을 이용해 학생과 대화하고 있다. 클래스팅은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안성식 기자]

스마트폰을 쓰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특정 학생을 괴롭히는 ‘사이버 불링’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사이버폭력을 없애 ‘멈춰! 학교폭력’ 운동을 확산하기 위해 현직 교사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클래스팅(class+meeting)’을 개발해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인천 동방초에서 4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조현구(28) 교사다. 지난 20일 앱스토어에 올라온 클래스팅은 교사와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SNS다. 교사·학생 간 일대일 소통이 가능한 비밀상담방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조 교사는 “학교폭력은 교실 내 소통의 부재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에서 앱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앱 개발에 착수한 건 2010년 9월. 대구교대에서 컴퓨터교육학을 전공한 조 교사는 KAIST 대학원생·졸업생 3명과 사이버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개발비용 1000만원은 조 교사가 댔다.

 앱 개발에 앞서 지난해 9월 클래스팅 홈페이지(classting.com)를 열었다. 교사들은 종이 가정통신문을 나눠주는 대신 이 사이트의 알림장 기능을 이용한다. 이 학급의 학생과 학부모는 업데이트된 일정이나 공지사항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이 사이트에 개설된 학급은 212개, 회원은 2000여 명이다.

조 교사는 지난해 11월 클래스팅 비밀상담방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당시 초등 3학년이었던 A군이 담임인 조 교사의 비밀상담방에 친구들이 이유 없이 괴롭힌다고 호소했다. 조 교사는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사연을 읽고 다음 날 A군을 만나 자초지종을 들었다. 조 교사는 가해 학생들을 불러 친구의 소중함과 우정에 대해 여러 차례 얘기를 했다. 아이들의 마음이 움직였고, A군은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닌다.

 여정민(29) 인천 장도초 교사는 “스마트폰 앱으로 교사와 학생 간에 실시간 대화가 가능해지면 사이버 왕따 같은 학교폭력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온라인 공간에서 특정인을 괴롭히는 행위. 욕설이나 거짓 소문 퍼뜨리기가 대표적이다. 익명성과 빠른 확산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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