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투자유치·M&A까지…게임전문 기자도 맹활약

중앙일보

입력

단순 홍보 넘어 토털마케팅 서비스

“화젯거리는 되겠지만 망하기 십상”.

드림커뮤니케이션 이지선 대표가 97년 조선일보 기자직을 접고 창업했을 때 동료 기자들에게 들은 얘기다. 홍보를 대행할 국내 IT기업이 어디 있기나 하냐고 되물을 실정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10년 뒤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취재하는 일이 좋았지만, 미래는 보이지 않더군요.”

이대표는 홍보가 필요하지만 마땅히 맡길 곳이 없어 손 놓고 있는 IT기업의 ‘도우미’로 변신했다. 성공의 실마리는 마이크로소프트사 홍보 일을 따내면서 보이기 시작했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신생회사에, 저는 임신 7개월이었죠. 드림컴은 경쟁사로도 여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드림컴의 손을 들어줬다. 이지선 대표의 ‘기자’ 이력이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최근 홍보대행사들이 부쩍 늘었지만 3년 동안 IT 분야만 전문적으로 홍보해온 드림컴의 내공을 따라오긴 힘들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씽크벤처의 함승용 대표는 “벤처기업의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우선 벤처기업이 언제나 믿고 찾을 수 있는 ‘집’부터 지었다. ‘벤처집’ 사이트에는 7천개에 달하는 국내 벤처기업의 재무구조·CEO 정보·기술 현황 등이 담겨 있다.

함승용 대표는 78년부터 지난 6월까지 20여년을 매일경제신문 기자로 일해왔다. 함 대표는 “기자가 지닌 ‘순발력과 현장감’이야말로 벤처 홍보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한다. 씽크벤처는 앞으로 벤처연감 발행, 벤처 기업인에 관한 단행본 출간 등 출판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지난 4월 설립된 비즈하이는 ‘비즈니스 엔젤’을 표방하는 회사다. 홍보를 넘어 기업 경영의 파트너로 참여해 홍보·IR·투자 유치·M&A 등 경영 전반 컨설팅을 추구한다. 산업자원부 출신 문선옥 대표가 앞장 섰지만, 여기에도 언론인 출신이 빠지지 않는다. 91년 서울경제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한상복 파트너가 있다. ‘파트너’라는 낯선 직함은 비즈하이의 기업문화 덕분이다. 비즈하이엔 대표를 제외하곤 ‘임원’이 없다. 모두가 오너고 수평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파트너’다. 한상복 파트너는 현재 아이뉴스24에 ‘한상복의 벤처 뒤집기’ 칼럼을 통해 예전의 필력을 과시하고 있기도 하다.

전자신문에서 게임 전문 기자로 경력을 쌓은 유형오 대표는 아예 게임 업체만을 대상으로 한 전문 컨설팅 업체를 세웠다. 사명은 ‘게임브릿지’. 게임 개발에 몰두하느라 마케팅 전략 수립에 어두운 기업을 세상과 연결시키는 ‘다리’가 되겠다는 포부가 담긴 이름이다.

벤처 업계가 ‘위기론’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홍보 대행이나 컨설팅을 담당하는 회사 사정 역시 나을 것이 없다. 드림커뮤니케이션 이지선 대표는 ‘홍보’에서 투자설명회·경영자문·마케팅·투자유치를 겸하는 토털마케팅 서비스라는 방편을 내놓았다.

게임브릿지 유형오 대표 역시 “당장 수익이 나길 기대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할 분야라는 확신이 있으니 잠깐의 고생이야 어떠랴.

홍보와 컨설팅에 나선 언론인 출신 벤처인들의 제일 큰 재산은 ‘인맥’이다. 게임브릿지 유형오 대표는 “휴먼 네트워크만 가지고도 사업을 할 수는 있지만, 분명 한계가 있다”며 “정보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창의력’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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