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심플 ... 뉴욕 패션의 동의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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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호 27면

‘패션의 중심’ 뉴욕과 동의어로 여겨지는 브랜드가 있다. ‘도나 카란’과 DKNY다.
“디자인은 화려하고도 편안한 것, 섹시하면서도 실용적인 것의 균형을 찾는 도전의 연속”이란 디자인 철학을 가진 도나 카란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가장 모던하고 심플하면서 실용적인 디자인을 창조했다.

브랜드 시그너처 <16>DKNY

뼛속까지 뉴요커인 이 디자이너는 1948년 뉴욕의 롱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 쇼룸 모델인 어머니와 재단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늘 패션과 가까웠던 그는 자연스럽게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 진학했다. 하지만 1967년 앤 클라인의 보조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면서 학교는 그만두는데, 당시 앤 클라인은 ‘7번가의 개척자’로 불리던 뉴욕의 대표 디자이너였다. 패션스쿨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가 있는 7번가는 72년 뉴욕시가 공식적으로 ‘패션의 거리’로 명명한 뉴욕 패션의 메카다.

74년 앤 클라인이 세상을 뜨고 브랜드의 소유권이 일본 기업으로 넘어가면서 도나 카란은 수석 디자이너로 올라섰다. 26세 때였다. 10년간 앤 클라인으로 디자인하던 그는 85년 자신의 브랜드를 시작했다. 앤 클라인을 소유한 타키오사(社)와 남편인 스테판 와이즈의 지원을 받아서였다. 300만 달러를 투자한 타키오의 오너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 “(도나 카란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나쁜 뉴스는 당신이 해고됐다는 것이고 좋은 뉴스는 당신만의 브랜드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라고.”

“현대인을 위한 현대적인 옷을 디자인하기 위해(to design modern clothes for modern people)” 독자 브랜드를 선보였다는 도나 카란은 첫 컬렉션에서 ‘7 easy pieces’라는 개념을 선보였다. 여성의 의상을 믹스매치가 가능한 일곱 가지 단품(재킷·팬츠·스커트·스웨터·코트·이브닝드레스·가죽재킷)으로 나눠 ‘스타일링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한 벌, 한 벌마다 어떻게 어울리게 입을지 고민할 시간이 없는 직장 여성들을 위한 아이디어였다. 도나 카란 본인이 일하는 엄마였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7번가의 개척자’ 아래서 일을 배운 도나 카란은 단숨에 ‘7번가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89년엔 DKNY를 론칭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엠포리오 아르마니, 마크 제이콥스의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프라다의 미우미우, 끌로에의 씨바이끌로에, 캘빈 클라인의 CK처럼 ‘오리지널’에서 분화한 ‘세컨드 브랜드’였다. 이른바 ‘명품’에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살리면서 가격을 낮춰 고객을 젊은층으로 넓히는 세컨드 브랜드는 80년대 말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 문을 DKNY가 연 것이다.

당시 10대 후반이었던 자신의 딸 개비에게 옷을 만들어 입히고 싶다는 바람으로 만든 DKNY에 대한 도나 카란의 설명은 ‘세컨드 브랜드’의 컨셉트를 잘 설명한다. “DKNY는 컬렉션의 캐비어를 맛볼 수 있는 피자다.”
적당한 가격에 고급스럽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DKNY가 인기를 끌자 브랜드는 DKNY 진, DKNY 포 맨, DKNY 언더웨어, DKNY 주니어 등으로 분화와 진화를 거듭했다.
“나에게는 뉴욕이 곧 세계”라고 했던 도나 카란은 DKNY의 2012 가을ㆍ겨울 컬렉션 무대 배경으로 뉴욕의 상징 옐로캡을 사용했다. 도나 카란은 “DKNY가 바로 뉴욕의 전형”이라는 자신의 말을 활력 넘치는 뉴욕의 거리를 걷는 모델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한편 DKNY는 27일 오후 5시 가로수길에서 ‘게릴라 런웨이’를 선보인다. 뉴욕의 감성을 서울의 거리에 옮겨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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