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부도 국내외에 메가톤급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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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가 8일 최종부도 처리됨에 따라 대우차 뿐만 아니라 자동차산업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자금력이 취약한 협력업체 부도에 따른 대량 실업사태는 물론 40개가 넘는 해외 생산 및 판매법인의 자연 축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협력업체 연쇄도산 우려= 대우차는 자동차 공정에서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다.

이 때문에 피라미드 정점 아래 1차,2차,3차에 걸쳐 넓게 퍼져 있는 협력업체는 자금사정이 넉넉치 않는 한 대우차로 인해 연쇄부도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중이지만 기아사태 때처럼 공장문을 닫는 곳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협력업체수는 1차만 504개에 종사인력이 30만명에 육박하며 2차와 3차를 합할 경우 9천360개 업체에 달한다.

협력업체의 99년 납품실적은 쌍용차를 포함할 경우 1차 협력업체가 4조7천29억원으로 월 평균 3천919억원, 일 평균 174억원이나 된다.

특히 생산량 전량을 대우차에 납품하는 180개 업체의 타격은 심각할 것 같다.

게다가 대우차 일부 라인의 가동이 중단될 경우 납품조차 제대로 이뤄질 수 없어 어려움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대우차 가동률은 작년말까지만 해도 70%를 넘던 부평공장이 50%를 밑돌고 있고 군산공장이 현재 70% 정도다. 창원공장만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

대우차 자체도 문제다. 대우차 관계자는 "재고물량을 한달치 이상 확보하고 있는데다 조업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영업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 직원들은 점차 흔들리고 있는 분위기다.

내수 점유율도 작년 평균 27% 정도지만 올해는 1∼10월 누계가 22%로 떨어졌다.

특히 소비자들의 심리적 외면이 가장 두려운 변수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체불이 계속되고 추가 운영자금이 지원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살길을 찾아 회사를 떠나는 직원수가 늘고 영업력이 약화된다면 대우차 매각작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외법인 축소 가시화= 46개에 달하는 해외법인(생산 13개, 판매 33개)의 경우 당장 빚 독촉에 시달리고 극심한 운영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상황 악화로 불가피하게 3주간 공장가동을 중단한 폴란드 FSO공장을 비롯해 해외생산법인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판매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우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단 부도를 막았더라도 법인별 해외 채권자들이 채권 회수에 나서게 되고 딜러들이 흔들리고 인지도 저하로 소비자까지 외면한다면 판매급감 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대우차가 자구계획을 통해 해외법인을 독립채산제로 운영, 고강도 자체 구조조정을 실시한 뒤 수익성이 떨어지는 5∼6곳 이상을 정리할 방침을 표시했지만 판매악화까지 겹칠 경우 청산되는 법인수는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벌써부터 '해외법인 살생부'가 소문으로 떠돌고 있다.

◇계열사 피해= 대우중공업 등 옛 계열사 뿐만 아니라 대우자판 등 계열사도 대우차의 부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창원에 국민차 생산라인을 깔고 직접 생산까지 했던 대우중공업은 해외 생산법인을 만들 때 돈을 퍼부었던 대표적인 옛 계열사다.

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 해외 투자비용은 중공업이 종합기계와 조선공업으로 분할되면서 잔존회사에 남겨놓고 왔지만 조선공업은 창원국민차공장, 종합기계는 군산상용차 공장 투자분 수천억원씩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대우차와 다른 대우 계열사를 같은 회사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실제 금전적인 피해 보다는 대우의 이름값에 금이 가면서 생길 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우차가 24.8%지분을 보유한 대우자판은 타격이 가장 심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소비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시장에서의 고전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대우차 관계자는 "대우차에서 지급되던 판매수수료가 차량가격의 18%에서 15%로 줄어든데다 고유가로 전반적인 시장여건까지 악화되면서 영업환경이 악화될 것 같다"면서 "매각작업을 서두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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