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못 죽여 유감" 총기 난사범 죽는 순간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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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프랑스2TV를 통해 공개된 툴루즈 연쇄 총격 사건 범인 무함마드 메라의 모습. [로이터=뉴시스]

프랑스를 공포로 몰아놓은 연쇄 총격 테러 사건의 범인인 무함마드 메라(24)가 22일(현지시간) 오전 11시쯤 경찰의 체포 작전 도중 결국 사망했다. 경찰 300여 명이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 있는 메라의 아파트에서 21일 새벽 3시부터 작전을 벌인 지 약 32시간 만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메라가 수시간째 아무런 기척과 응답이 없자 경찰은 아파트 진입을 결정했다. 진입 수 분 후 총소리를 비롯한 폭발음이 들렸다. 클로드 게앙 내무장관은 “내부 수색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남은 화장실로 다가가자 범인이 뛰어나왔다”며 “완강히 저항하던 그는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순간까지 총질을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용의자를 무력화하기 위해 마취 가스 등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경찰과 범인 간에 총탄 300여 발이 오간 가운데 경찰 3명도 중상을 입었다. AP통신은 “메라가 뛰어내리는 순간 경찰이 쏜 총알을 머리에 맞았다”고 보도했다.

 체포 작전이 지연된 것은 메라가 AK-47 소총 등으로 중무장해 경찰이 신중을 기했기 때문이다. 그가 돌발 행동을 할 것을 염려한 경찰 측은 투항을 권유하며 용의자를 설득해왔다. 알제리계 프랑스인인 메라는 11일부터 9일 동안 3건의 총격 테러를 벌여 유대계 어린이 3명을 포함해 모두 7명을 살해했다. 외신들은 “ 이슬람 극단주의자인 메라가 서방과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으로 연쇄 테러를 저질렀다”고 분석했다.

메라는 경찰과 대치 중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후회는 없다. 시간이 부족해 더 많은 사람을 죽이지 못한 게 유감”이라며 “프랑스를 굴복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22일 군인과 경찰들을 겨냥한 새로운 테러를 감행할 계획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알카에다 소속이라고 밝혔을 뿐 누구에게 지시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또 ‘투항하겠다’ ‘자살하고 싶다’ 등 계속해서 말을 바꾸는 등 불안한 심리 상태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다음 달 22일로 예정된 프랑스 대선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는 집권 대중운동연합 소속인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19일 유대계 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선거 유세를 즉시 중단하고 툴루즈로 달려갔다. 사르코지는 “프랑스가 하나가 돼 이번 사태를 극복해야 한다”며 국민 통합을 호소했다. 그동안 이민 억제 정책과 무슬림 차별 성향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사르코지에겐 우파 유권자들의 표를 결집할 수 있는 호기인 셈이다. 15% 안팎의 지지율로 3위를 달리고 있는 극우파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에게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실제 여론조사기관인 CSA가 20일 실시한 조사 결과 사르코지의 지지율은 30%를 기록해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28%)에 앞섰다. 이번 사건이 그동안 올랑드에게 한참 뒤져왔던 사르코지에겐 역전의 전기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그러나 5월 6일 치러질 결선투표에서는 여전히 올랑드가 사르코지를 8%포인트 앞설 것으로 나타났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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