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피플] "식물추출 항암제등 상품화 눈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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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서 추출한 항암제, 탄저병에 안 걸리는 고추, 키가 작은 대신 이삭이 틈실한 벼 등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입니다."

송필순(64)금호생명환경과학연구소장은 "기초연구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고 자부한다" 며 "앞으로는 상품화를 앞당기는데 주력하겠다" 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이 1995년 광주에 설립한 이 연구소는 기업부설연구소로는 드물게 응용보다는 기초 연구에 주력해왔고, 전공도 동물이 아닌 식물이다.

宋소장은 "식물은 실험에 필요한 재배 기간이 길어 동물 연구보다 인내심이 필요하고, 동물에 비해 미개척 분야로 남아왔으나 미래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 고 말했다.

그는 97년 1월 취임한 뒤 소장실 칠판에 논문 번호를 매겨가며 연구원들을 독려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45편에 이르는 국제 수준급 논문을 냈으며 30개의 특허를 취득했거나 출원했다.

빛이 식물의 성장을 돕는데 간여하는 중요한 단백질을 세계 처음 발견해 세계적 권위의 과학전문지인 네이처지에 실었고, 각종 식물 성장에 필수적인 유전인자도 두개 발견했다.

이 유전인자를 조작하면 담배.시금치 등 잎을 쓰는 작물은 잎을 크게 하고, 벼는 키를 작게 해 태풍 피해를 줄이면서 키 크는 데 쓰이는 영양분을 벼 이삭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것.

또 탄저병에 저항하는 고추의 유전인자를 분리해냈다.

宋소장은 "한국은 수확기 때 태풍이 잦아 전통적인 육종방법으로는 탄저병을 막기가 어려운데 품종 자체에 저항력을 키우는 획기적 발견" 이라며 "차제에 탄저병에 안 걸리는 고추 신품종을 상품으로 개발해 인큐베이팅을 거쳐 내년 중 벤처기업으로 분사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농화학과를 나온 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텍사스대.미시건대를 거쳐 네브레스카대 교수로 일해온 宋소장은 광생물학.광생화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지난 3월 동양인 최초로 미국 네브레스카주의 4개 대학이 공동 주관하는 '2000년 연구대상' 을 받았고, 지난 6월에는 호암상 과학부문과 미국광생물학회가 주관하는 2000년 연구 대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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