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건너가 왕 됐다는 연오랑 설화…포항시 테마파크 만드는 건 부적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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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북 포항시가 지역 정체성의 뿌리로 개발하고 있는 설화 속 연오랑·세오녀가 ‘문제 인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연오랑·세오녀가 신라를 배반한 상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오랑·세오녀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신라 아달라왕 때 설화 속 주인공이다. 동해 바닷가에 살다 남편 연오랑이 바위에 실려 일본으로 가 왕이 된 뒤 아내 세오녀와 재회했고 그 무렵 신라에는 해와 달의 빛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다. 영일(迎日)이라는 지명은 여기서 유래한다.

 조유현(69) 포항문예사랑회 공동대표는 최근 “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 등 포항시가 추진하는 사업이 일본의 역사 조작에 휘말릴 수 있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시의회에 보냈다.

 청원서에 따르면 한 세미나에서 연오랑이 일본의 왕이 된 뒤 다시 신라에 돌아와 왕이 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이건 신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본의 고대사학자들이 ‘한국은 고대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주장을 펴는 마당에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연오랑이 왕이 된 뒤 개척한 땅을 신라에 복속시키지 않고 왜구의 해적질도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조국 신라를 등졌다는 해석이다. 특히 역사적으로도 연오랑이 일본에 간 시기를 전후해 왜구의 출몰이 더 잦아졌다는 것이다.

 포항에서는 2000년 영암학원이 호미곶 해맞이광장에 연오랑·세오녀 동상을 세우면서 연구와 재조명이 활발해졌다. 또 포항시는 지역 정체성을 확립한다며 2009년부터 남구 동해면 임곡리 8만3000여㎡에 224억원을 들여 ‘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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