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3연승으로 승부 원점

중앙일보

입력

두산이 '한국 최고의 투수' 정민태를 무너뜨리고 3연승을 거두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두산은 6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2000 삼성 fn.com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현대 수비 실책으로 결승점을 뽑아 현대를 5-4로 꺾고 3승3패 동률을 이뤘다.

이로써 새천년 한국시리즈 패권의 주인은 결국 7일 오후 6시 수원구장에서 열리는 7차전에서 가려지게 됐다.

1, 2, 3차전을 거푸 내줘 막판에 몰렸던 두산은 4, 5차전에 이어 6차전까지 내리 잡아 3연패 뒤 4연승 기적을 현실로 만들 기회를 잡은 셈이다.

프로야구 정상을 가리는 시리즈에서 3연패한 팀이 4연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것은 82년부터 시작된 한국 프로야구에서 한번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장구한 역사를 가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조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두산이 믿는 것은 일본에서 51, 58, 89년 등 3차례 3연패 뒤 4연승의 기적이 벌어졌다
는 사실.

'큰 경기의 승부는 실책으로 가려진다'는 야구 격언이 들어맞은 한판이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 4-4 동점이던 9회초 1사후 우즈가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두산에 거푸 행운이 따랐다.

심정수가 친 2루수 앞 땅볼은 병살타 코스였지만 이 공을 박종호가 놓치면서 1사 1-2루의 기회가 된 것.

다음 타자 홍성흔이 친 타구 역시 유격수 앞으로 굴러가는 병살타 코스였으나 유격수 박진만으로부터 공을 넘겨 받은 박종호는 1루주자를 2루에서 포스아웃시킨 뒤 1루로 악송구를 했다.

두산은 이틈을 타 2루 대주자 전상열이 홈까지 파고 들어 귀중한 결승점을 빼냈다.

두산은 이에 앞서 초반부터 정민태를 마음껏 공략,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1회말 전준호의 내야안타와 박종호의 안타, 박종호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내준 두산은 1회와 2회 2차례 만루기회를 무산시켰지만 5회 다시 찾아온 1사 만루에서 정수근, 장원진이 연속안타를 쳐내며 2-1로 경기를 뒤집었다.

정민태를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조웅천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3-1로 달아난 두산은 그러나 6회말 볼넷 2개와 안타 2개를 허용하며 3-3 동점을 내줬다.

그러나 두산은 한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7회 2사후 타석에 나선 심정수는 2구째 두산 타자들을 농락했던 조웅천의 싱커가 몸쪽으로 떨어져 들어오자 그대로 걷어올려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겨 다시 4-3 리드를 잡았다.

두산은 8회말 구원투수로 나선 박명환이 볼넷으로 내보낸 주자를 폭투 2개로 홈까지 허용, 또다시 동점을 만들어줬지만 외야진의 잇단 호수비로 추가실점 위기를 넘긴 뒤 끝내 승리를 따냈다.

두산의 박명환은 7회 2사 이후 등판, 2⅓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아 한국시리즈 2승을 낚았다.

3차전 승리투수가 된 뒤 국내팬들에게 고별인사까지 했던 정민태는 고작 3⅓이닝만에 8안타의 뭇매를 맞고 3실점한 뒤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한편 이날 수원구장에는 서울에서 원정 온 두산팬들과 홈에서 한국시리즈 축배를 드는 모습을 보려는 현대팬들이 몰려들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만원을 이루었다.

1만4천명을 수용하는 수원구장이 가득 찬 것은 올해 처음이다. (수원=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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