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아이의 내면에 집중하면 살 뺄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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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소아비만 아동 치유의 핵심키는 엄마에게 있다. 그래서 나는 엄마들에게 ‘소아비만은 엄마가 만든 왕따’라는 다소 원색적인 자극을 주기도 한다.

엄마는 우리 아이의 마음속에 긍정적 에너지가 샘솟을 수 있도록 자극과 실천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이의 마음속에 긍정의 에너지가 넘쳐흐를 때, 아이 스스로 즐거운 마음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아이를 불신하고 부정하는 이야기를 자주 해왔던 엄마라면, 특히 아이의 살에 대해 온갖 질타와 비난을 반복해왔다면, 이제는 아이를 신뢰하고 긍정하는 이야기를 하라. 아이를 향한 엄마의 무한한 믿음과 신뢰만이 아이의 변화와 실천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엄마의 칭찬으로 아이의 잘못된 습관을 바꿔라

아이를 지지하고 칭찬해주라는 것이 지금까지 아이가 살이 찌도록 만든 잘못된 습관을 계속 허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 동안 아이와 엄마 사이를 가로막았던 불신을 허물고, 잘못된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을 바로잡지 못하면 아이와의 관계는 더 이상 나아질 수 없고, 그런 상태에서는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아이를 지지하면서도 아이의 나쁜 습관에 대해서는 단호함과 엄격함을 유지해야 한다.

다이어트에 돌입하면 아이들은 짜증과 스트레스가 생긴다. 아이의 짜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아이가 일부러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샘솟는 짜증과 스트레스가 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이미 혈당에 길들여진 몸에 혈당 공급을 줄이면 아이의 몸은 혈당을 더 공급해달라는 시위를 한다. 한편 뇌에서는 각종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해 이 위기 상황을 이겨내려 한다. 물론 몸에는 며칠을 굶어도 충분한 칼로리가 숨어 있다. ‘위기 상황’이라는 것은 단지 비만한 몸이 일으키는 일종의 착각이다.

굶주린 몸이 보내는 스트레스와 짜증 대처법

굶주린 몸이 보내는 스트레스와 짜증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엄마는 아이의 짜증에 대해 좀 더 너그러운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때 아이를 지적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마라. 주의해야 할 것이 간혹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나쁜 음식을 이용해 이런 아이의 짜증을 임시방편으로 달래는 엄마들이 있다. 이것은 가까스로 시작한 다이어트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아이의 몸을 다시 원 상태로 되돌리는 최악의 방법이다. 엄마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칭찬하고 더 많이 대화해서 아이가 스스로 이 상황을 견뎌낼 수 있도록 곁에서 지원하고 지지해야 한다.

아이의 의도적인 짜증에 대처하는 법

두 번째 짜증은 아이가 자신의 목적이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일부러 내는 짜증이다. 이 때는 좀 더 엄격하게 통제하거나 훈육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엄마의 의도적인 무관심이다.

엄마의 최대 무기는 사랑과 관심이다. 아이들은 무엇보다도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갈망한다. 심리적 문제가 있는 아이일수록 엄마의 관심에 더 목말라 있다. 자신의 부정적인 행동에 대해 엄마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아이는 곧 자신의 그런 행동들이 엄마에게 설득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런 무관심 요법이 통하지 않을 때는 단호한 금지의 말로 한계선을 분명히 그어주어야 한다. 감정적 대응이 아닌 차분하고 논리적인 설명과 설득으로 아이가 최대한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절대 엄마가 감정에 휘둘려 하는 말이 아님을 아이에게 분명히 인지시켜야 한다.

엄마는 아이의 내면에 최대한 집중해 아이가 다이어트라는 힘든 과업의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 작아졌던 소아비만 어린이의 마음력이 다시 강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엄마의 힘이 강하고 커야 한다. 그래서 ‘아이의 맘(心)력은 Mom력’, 즉 엄마가 이끌어내는 진심어린 엄마의 마음력인 것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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