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쌍용양회 부실에 주채권 은행 홍역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5일 현대건설과 쌍용양회에 대해 '독자생존 안되면 법정관리' 방침을 재확인함에 따라 두 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조흥은행의 앞날에도 비상이 걸렸다.

두 은행은 지난 9월말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에서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독자 생존하겠다" 는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이들 두 대기업의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은행경영평가위원회가 두 은행에 독자생존 판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 외환은행 조건부 생존 가능한가=당초 경평위에서는 외환은행을 '조건부 생존' 으로 분류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현대건설이 다소 불안하지만 독일 코메르츠은행이 2천억원의 증자를 약속한 마당에 금융지주회사로 편입하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4천3백억원대의 여신을 가진 동아건설이 퇴출된 데다 현대건설마저 흔들리면서 정부 일각에서는 "추가 출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지주회사로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측은 "현대건설의 경우 주채권은행으로서 담보를 충분히 잡아두고 있어 최악의 경우 추가 충당금 부담은 1천3백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며 "정부와 코메르츠은행의 증자 후 내년께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외환카드 지분 매각을 늘리면 독자생존이 충분히 가능하다" 고 주장했다.

◇ 조흥은행은 쌍용정보통신 매각이 변수=조흥은행은 쌍용양회는 현대건설과 다르다며 내심 불만이다. 일본 태평양시멘트로부터 외자를 유치한 마당에 퇴출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조흥은행은 쌍용양회에 대한 담보를 여신규모 이상 확보하고 있어 설사 쌍용양회가 쓰러져도 조흥은행에 큰 타격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쌍용양회의 정상화를 위해 쌍용정보통신 지분 51%를 주당 20만원에 총 9천억원에 매각한다는 계획은 다소 비현실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코스닥에 등록된 쌍용정보통신의 주가는 8만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조흥은행의 경우 일단 조건부 생존 판정을 받고 쌍용정보통신의 매각 여하에 따라 독자생존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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