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에 '기름논쟁' 재연 조짐

중앙일보

입력

라면업계에 기름논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심, 빙그레, 삼양 등 주요 라면업체들은 면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유탕기름)을 둘러싸고 작년말에 이어 다시 입씨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논쟁에 불을 지핀 업체는 빙그레. 빙그레는 지난 98년 내놓은 '매운콩라면'이 시장정착에 성공했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출시한 '콩뉴면'의 판매를 부추기기 위한 마케팅전략의 하나로 광고 등을 통해 자사제품에 사용한 콩기름의 우수성을 적극 선전하고 있다.

빙그레는 이 신제품에도 영양학적으로 더 유익한 콩기름을 사용했다며 다른 기름(팜유)을 사용하는 경쟁업체들에 도전장을 던졌다.

빙그레는 콩기름이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DHA 불포화지방산이 80%인데 비해 팜유는 50% 수준인데다 ▲세포의 노화를 억제하는 토코페롤(비타민 E)의 함량이 100g당93.74㎎이지만 팜유는 6.27㎎에 불과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식물성스테롤 함량이 팜유보다 높은 점 등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현재 라면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농심의 '신라면' 등 경쟁제품 대부분이 콩기름보다 인체에 덜 유익한 팜유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콩뉴면'의 시장안착을 위해 광고문구 등에 콩기름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쟁업체들은 빙그레측의 주장이 과학적인 근거가 희박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도 내심 이에 따른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

농심 관계자는 "이미 지난 12월 한국소비자연맹 주관으로 5개라면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된적이 있다"면서 "당시에도 밝힌 것처럼 콩기름의 DHA 불포화지방산 함유량이 80%인데 비해 팜유의 함유량은 50%라는 빙그레측의 주장은 어느 과학문헌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뚜기, 삼양 등 다른 업체 관계자들도 "최근들어 콩기름만 섭취해도 좋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도 빙그레측은 이를 과대선전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빙그레측의 대대적인 광고공세에 따른 일시적인 판매감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나름대로 대비책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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