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산산이 깨진 금발 소녀의 '할리우드 드림'

미주중앙

입력

영화배우 지망생이었던 새태라 스트래튼(24)이 5년전 할리우드에 왔을 때 모습과 최근 모습.

퀭한 눈빛과 까매진 눈밑 그리고 탈색돼 누렇게 보이는 머리카락. 5년 전 환한 웃음을 짓던 금발 소녀와 동일 인물이라고 믿기에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두 장의 사진이 주류언론을 통해 전격 공개되면서 놀라움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를 꿈꾸는 한 10대의 꿈이 불과 수 년만에 짓이겨진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가 있는 LA는 타주에서 전도유망한 10~20대들이 은막 스타의 꿈을 꾸며 몰려드는 영화의 도시이다. 아주 소수만 대박을 터뜨릴 뿐 대다수는 화려한 조명 뒤로 진한 무명의 서러움과 어두움을 경험한다.

테네시 출신의 새태라 스트래튼(24)도 한때 스타를 꿈꾸던 10대였다. 명성과 행운을 찾아 그녀는 5년전 할리우드를 찾아왔다. 새태라는 발음하기 어려운 '스트래튼'이란 성(姓) 대신 영화에 맞게 '실버'로 개명했다. 매력적인 금발 머리가 드러나도록 목을 살짝 든 사진을 찍어 인터넷 영화 데이타베이스 '아이엠디비닷컴(IMDB.com) 등 여러 군데 보냈다. 부지런히 배역을 찾았지만 할리우드 인근 샌타모니카 불러바드 거리에서 스케치 모델로 기용될 뿐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후 그녀는 지난 수 년간 마약 중독으로 병원과 재활센터를 전전했다. 간간히 테네시 채터누가에 있던 가족에게 전하던 연락마저 지난 해부터 끊겼다.

그러자 어머니 새런은 지난 해 10월 실종신고를 내고 딸을 찾아나섰다. 페이스북에도 실종자 포스터를 내고 갖은 노력 끝에 가까스로 딸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딸은 이미 마약으로 몸과 마음이 망가진 뒤 였다. 새런은 성폭행 전과가 있는 폴 콘스탄티네스쿠(46)라는 남자가 딸의 몰락과 연관돼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진상조사보다는 딸의 회복에 우선하고 있다.

LA경찰국 '실종자반'을 맡고 있는 카민 사소 형사는 새태라와 같은 유사한 사건이 LA에서는 자주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주 작은 타운이나 대도시나 관계없이 다른 주에서 자란 젊은이들은 스타가 되기 위해 할리우드로 몰려든다. 하지만 이런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가 있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새태라는 현재 LA 인근 병원과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의 어머니 새런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얘기가 영화의 줄거리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일은 내 딸에게 일어난 악몽 같은 사건"이라고 울먹였다.

최상태 기자 stc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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