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가까운 동창리 기지 … 미·일 이지스함 요격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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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의 동창리 기지를 새로운 미사일 발사장으로 택한 데는 고도의 정치외교학적 의미가 담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잔해 낙하에 대한 주변국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차원으로 보는 견해가 강하다. 북한은 지난 2009년 4월을 비롯해 세 차례 모두 동쪽으로 발사했다. 일본 열도를 가로지르는 궤도여서 일본의 반발이 거셌다. 자칫 발사체와 추진체가 일본 영토에 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16일 광명성 3호 발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관련 항로 정보를 통보했다. 이에 따르면 1단 추진체의 낙하지점은 변산반도 서쪽 140㎞ 공해상에, 2단 추진체는 필리핀 동쪽 190㎞ 공해상으로 추정된다. 북한 영공을 벗어난 직후부터 공해상의 궤도를 택한 것이다.

 여기에 종전 발사기지였던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기지에 비해 미국이나 일본에 요격당할 가능성을 줄였다. 기술적으로 미사일 요격은 발사 직후가 가장 용이하다. 무수단리 기지에 비해 동창리는 미·일 이지스 함정의 접근이 어렵다. 특히 중국 해안선과 가깝기 때문에 공해상에서 발사된 요격용 미사일은 자칫 중국으로 떨어질 위험도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월 8일, 2009년 미사일 발사 당시 김정은이 지난해 사망한 김정일과 미사일 발사 장면을 참관하면서 “요격하면 진짜 전쟁하려고 했다”고 한 발언을 소개했다. 그만큼 북한 지도부는 미국이나 일본의 요격을 우려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동창리 발사기지는 철저히 계산된 입지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김정은에 대한 상징 조작의 측면도 있다. 동창리 기지는 김정은의 지시에 의해 2000년 건설이 시작돼 2008년 완공됐기 때문이다. 내부 연료 저장 및 주입장치, 조립시설, 자동화 장치 등 현대화된 시설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만큼 김정일 사망 100일(3월 26일)과 김일성 100회 생일(4월 15일)이라는 이벤트를 맞아 최첨단을 강조해온 김정은을 부각시킬 수 있는 소재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동창리 기지에 위성 제어 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의 경제 사정을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경비가 드는 위성 기술은 초보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위성 제어기술과 시스템 역시 태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유지하려면 제어 시스템이 필수”라며 “북한은 실시간으로 인공위성을 관측하고 제어하기 위한 관측 선박이나 시설 등 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3000㎞ 이상의 발사 능력을 보인 미사일 기술은 이미 검증된 상태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기술은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미국과의 미사일 협정에 묶여 300㎞ 이상의 탄도 미사일을 개발할 수 없지만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 왔다. 이를 근거로 전문가들은 동창리 기지를 인공위성 관련 시설이 아닌 미사일 발사 기지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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