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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환자, 양성자 치료 보험 적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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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김주영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장

두툼한 봉투를 들고 간호사가 다가온다. 두꺼운 의무기록 사본과 함께 여러 장의 CD가 포함되어 있는 소포에는 2년째 뇌종양을 진단받고 치료 후 종양이 재발한 수빈(가명)이의 의무기록 사본과 함께 연필로 쓴 아빠의 편지가 동봉되어 있다. “○○에 사는 수빈이 아빠입니다”로 시작해 “박사님, 우리 수빈이 꼭 잘 치료받게 해 주세요”로 끝나는 편지. 꾹꾹 눌러 정성 들여 쓴 필체에 아빠의 간절한 마음이 배어 나온다. 수빈이는 40개월 된 남자아이로 생후 30개월째 갑자기 토하고 걸을 때 균형을 잘 못 잡는 증상으로 모 대학병원을 방문해 후두 부위에 있는 뇌종양을 발견했다. 수술 뒤 항암제 치료가 끝날 때쯤 재발해 재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권유받고 있는 상태였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만~2만5000명의 소아암 생존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들은 암을 이겨냈지만 여러 가지 형태의 장애를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소아암의 완치율이 70% 정도를 웃도는 것을 감안하면 소아암 생존자 수는 급격히 늘어날 것이며, 향후 치료를 마치고 성인이 되는 동안 다양한 건강문제를 겪을 이들을 위해 사회가 부담해야 할 의료비 부담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소아암을 다룰 때 암을 치료함과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의료기술이 적용돼야 하는 이유다.

 양성자 치료는 방사선 치료의 일종이지만 흔히 말하는 방사선 치료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종양에는 충분한 방사선이 전달되면서 정상조직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하므로 특히 성장과 발달이 중요한 소아들의 종양에서 더욱더 중요시된다. 종양만 치료하고 정상조직에는 방사선을 쬐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방사선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인데 양성자 치료는 여기에 가장 근접해 있는 방법이다. 양성자 치료를 ‘꿈의 치료’라고 부르는 이유다.

 2007년 4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국립암센터의 양성자 치료 시설은 현재까지 약 800명의 암 환자를 치료했다. 2011년 4월부터는 부분적이나마 소아암 치료에 국민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된 것은 소아암 환자 가족들에게는 매우 놀랍고도 반가운 소식이다. 치료하는 의사에게도 기쁜 일이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비용 때문에 차마 권하기 힘들었던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치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어리고 애처로운 새싹이 언 땅을 뚫고 올라오듯 우리 아이들 또한 어둡고 긴 투병의 터널을 지나 쭉 기지개를 켜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밝게 웃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해 본다.

김주영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