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연평도 도발 지휘 … 노동신문서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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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2010년 11월 23일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김정은이 지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서다.

 김정일 사망 후 첫 생일인 지난달 16일자 노동신문은 비슈와나스(86)라는 인도인 명의의 기고문을 통해 “남조선이 조선서해 연평도 일대에서 군사적 도발을 일으켰을 때 김정은 영도자의 비범한 지략과 영군술에 의해 적들의 도발은 좌절당하고 연평도는 불바다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외국인의 기고문 형식을 빌리고 있으나 내용 자체는 북한의 공식 입장이라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북한이 연평도 포격 지휘를 김정은이 주도했다며 실명을 언급하며 기술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업적’ 홍보에 외국인의 이름을 사용한 데엔 대외적으로 책임 소재를 불명확하게 하면서도 대내적으로 김정은 우상화를 시도하려는 이중성이 담겨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만3000자에 달하는 장편의 기고문 말미에 살짝 내비치듯 언급하며 김정은의 포격 지휘 사실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지만 최근 탈북자 신문인 뉴포커스의 분석으로 드러나게됐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김기남 부장이 주도하는 당 선전선동부가 외부 인사 명의를 빌려 대필한 것으로 보인다”며 “영어로 쓰여 있지 않은 점 등으로 봐서 주민들에게 김정은의 업적을 세뇌시키기 위한 대내용 조치”라고 말했다.

 필자인 비슈와나스는 주간지 인디안타임스의 전 편집장이자 주체사상국제연구소 이사장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엔 주체사상 연구조직을 결성하고 『김일성 백과전서』를 집필한 공로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으로부터 사회정치학 명예박사학위를 수여받은 친북 인사다.

 한편 연평도 도발 포격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포격으로 북한군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4월 30일자 정론 ‘황남은 보란 듯이 일어섰다’에서 “연평도 사건 때 황해남도 농민들은 원수의 총탄에 피 흘리며 쓰러진 병사를 안아 일으켜 자기 피를 수혈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당시 우리 군의 대응 포격으로 북한군 40여 명이 사상했고, 군용차가 이들을 군 총참모부 산하 평양 11호 병원에 후송했다는 것을 북한군 4군단의 증언으로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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