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장 각축전 담은'디지털 제국의 흥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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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중반 8비트의 애플 컴퓨터가 개인에게 보급되면서 시작된 디지털 세상은 이제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했다. 각기 자신의 분야에서 할거하던 디지털 업계의 군웅들은 시장이 통합되면서 중원 제패에 나섰고 자고나면 맹주가 바뀌는 각축전을 거듭하고 있다.

김용근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장이 펴낸 「디지털 제국의 흥망」(나남출판)은 인터넷 시장을 둘러싼 별들의 전쟁을 연대기순으로 엮은 디지털 제국 통사(通史)이다.

사실 인터넷 기업들의 시장 쟁탈전을 들여다보면 「페르시아 전쟁사」나 「삼국지」를 뺨칠 정도로 격렬하고 드라마틱해 비록 컴맹이라도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마이크로 소프트(MS)는 궁예 휘하에 들어가 힘을 키운 뒤 최후의 승자가 된 왕건처럼 IBM을 등에 업고 초대기업으로 자라났다. 지금 볼 때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MS 도스란 운영체제를 IBM이 채택해준 결과 IBM은 껍데기만 남았고 MS는 공룡이 됐다.

IBM과 스티브 잡스는 훨씬 앞선 운영체제를 개발했지만 살아남은 것은 MS 윈도 뿐이었다. 수많은 응용프로그램 제작회사들이 다른 대안 없이 MS 윈도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을 쓰다보니 후발주자가 발을 들여놓을 틈이 없었던 것이다.

MS가 독과점법까지 위반해가며 넷스케이프(NS)를 죽이려 했던 까닭도 바로 이러한 시장구조에 있다. NS의 그래픽 브라우저인 네비게이터는 MS 윈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MS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무료로 배포하고 아예 윈도 운영체제에 통합시키는 강수를 두다가 연방법원의 철퇴를 맞았다.

결국 군소 영주에 불과하던 NS는 지난해 3월 아메리칸 온라인(AOL)에 인수되는 비운을 맞았으며, MS 역시 연방법원에 의해 위법 판결과 분리조치 명령을 받기에 이르러 앞날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브라우저 전쟁에 이은 2라운드는 인터넷 서비스 전쟁이다. AOL은 이용자 중심의 콘텐츠를, MS는 인터넷 소프트웨어 기술을, 야후는 포털 사이트를, AT&T는 케이블을 통한 브로드밴드를 각각 강점으로 갖고 있는 만큼 합종연횡(合縱連衡)의 계략까지 동원해가며 팽팽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디지털 제국의 심장부인 미국의 허드슨 연구소에서 파견 근무를 하던 필자는 중원의 사슴을 쫓는 군웅들의 다툼을 지켜보며 자료를 꼼꼼히 수집했고 귀국 후 원고를 다듬어 책으로 엮어냈다.

제1부 브라우저 전쟁 편에는 MS 대 NS의 대결과 독점금지법 위반소송의 전말을 기술했으며 2부 인터넷 서비스 전쟁 편에는 인터넷 서비스의 기본요소와 발전상황,인터넷 서비스 사업 주도권 경쟁, AOL에 대한 신경전 등을 담았다.

3부 통신전쟁 편은 미국 전화 통신시장의 변천과 경쟁환경, 미국 통신회사들의 인수전쟁과 시장쟁탈전, 유럽에서의 통신전쟁 등으로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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