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65㎝ 손연재, 눈물의 4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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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연재의 가장 큰 숙제는 몸무게 유지다. 키가 1m65㎝지만 100g 단위까지 관리하며 몸무게를 45㎏으로 맞추고 있다. 손연재가 지난 해 9월 런던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세계리듬체조선수권대회에서 곤봉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45㎏을 사수하라.”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가 지난 1일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러시아 전지훈련지의 옐레나 니표르도바 전담코치가 이런 ‘특명’을 내렸다. 지난달 말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그랑프리에서 후프 동메달을 딴 뒤 잠시 귀국했던 손연재는 코치의 특명을 완수하고 14일 러시아로 출국한다.

 2주 동안 한국에 머문 손연재의 목표는 ‘원기 회복’이었다. 러시아 전지훈련지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피로가 쌓였고, 홀로 지내다 보니 이를 제때 풀어 주지 못했다. 결국 무릎에 무리가 왔다. 손연재는 3일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무릎에 테이프를 칭칭 감고 보호대를 한 채 모습을 드러냈다. 손연재의 재활을 담당하는 송재형(46) 트레이너는 “피로가 누적돼 근육이 많이 뭉쳐 있었다. 모스크바의 추위로 인해 몸이 움츠러들면서 회복이 더뎠던 것 같다”고 전했다.

 손연재는 지난 2주 동안 태릉선수촌 훈련보다 재활과 물리치료에 집중했다. 모처럼만에 부담감을 떨치고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충전했다. 손연재 소속사인 IB스포츠 문대훈 에이전트는 “부상 위험 때문에 대표선발전 땐 고난이도 점프 등을 수행하지 않았다”며 “2주간 재활에 매달린 결과 이젠 예전의 컨디션을 거의 회복했다”고 했다.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발전을 제외한 어떤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고, 언론 인터뷰와 CF 촬영 등의 일정도 거부했다.

 원기 회복의 기본은 ‘잘 쉬고 잘 먹는’ 것이지만 손연재는 니표르도바 코치의 ‘미션’ 때문에 먹는 것만큼은 자유롭지 못했다. 어머니 윤현숙(45)씨가 차려 준 음식 앞에서도 손연재의 손은 움츠러들었다.

 손연재의 키는 1m65㎝.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1m65㎝ 여성의 표준 체중은 55㎏이다. 손연재의 몸무게 45㎏은 표준보다 무려 10㎏이나 덜 나간다. 그러나 신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리듬체조의 특성상 다이어트는 숙명과도 같다. 니표르도바 코치는 매일 100g 단위로 체중 변화를 체크해 이를 초과하면 불호령을 내린다.

 코치의 특명을 완수한 손연재는 러시아로 돌아가 다시 하루 8시간의 강도 높은 훈련에 들어간다. 아직 컨디션이 100%가 아닌 탓에 당초 출전하려 했던 17일(한국시간) 국제체조연맹(FIG) 우크라이나 월드컵엔 불참한다. 손연재는 다음 달 2개의 월드컵 시리즈에 참가해 런던 올림픽을 향한 조율을 시작한다.

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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