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위 격차 줄어 … 치열한 마케팅 경쟁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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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격변의 조짐이 보인다.’

 ‘2012 한국산업의 브랜드 파워(K-BPI)’를 조사·분석한 KMAC는 이번 결과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했다. 그 어느 때보다 수위 다툼이 치열했다는 얘기다. 우선 1위가 바뀐 산업군이 지난해 10개에서 올해 13개로 늘었다. 13개 분야 1위가 바뀐 것은 1999년 KMAC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의 변동이다.

 장수 브랜드가 밀린 산업 분야도 있다. 국제전화가 그렇다. 00700이 13년간 1위를 했던 KT의 ‘국제전화 001’을 제쳤다.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KMAC 마케팅본부의 김명현 본부장은 “원래 1위 브랜드를 소유했던 KT는 여러 사업 중에 국제전화보다 이동통신 브랜드 키우기에 전념한 반면, SK텔링크는 주력 사업 브랜드인 00700 하나에 꾸준히 매달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브랜드 파워는 투자하기 나름’이란 소리다. 안심할 수 없는 1위도 상당수였다. 2위와의 차이가 1000점 만점에 50점 이내인 산업군이 33개에 달했다. 지난해의 20개보다 65%가 늘었다. 베지밀 두유(591.3점)와 삼육두유(544.1), 해표 식용유(702.6)와 백설표 식용유(663.7). 하이트맥주(665.1)와 카스맥주(652.3)가 이번 조사에서 접전 양상을 보인 브랜드들이다.

 이처럼 1, 2위 간 격차가 좁은 산업군에서는 대체로 1등의 점수가 한 해 전보다 낮아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KMAC는 “1위가 못했다기보다 2위가 열심히 브랜드를 키운 때문”으로 해석했다. K-BPI는 특정 산업 분야에 대해 ‘어떤 브랜드를 제일 좋아한다’는 답을 받아 점수를 매긴다. 2위 브랜드가 약진해 이를 꼽는 응답이 많아질수록 1위의 성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명현 본부장은 “1위 브랜드 자리에서 밀려난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안정적인 캐시카우(cash cow) 사업을 잃게 된다는 의미”라며 “1, 2위 간 격차가 좁혀진 산업에서는 1위 자리를 수성하려는 측과 빼앗으려는 쪽이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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