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소액주주들 "금감원, 정사장 불법대출 알고도 묵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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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준(32) 한국디지탈라인(KDL) 사장과 이경자(56) 동방금고 부회장 등을 고소한 평창정보통신 소액주주들은 26일 금융감독원이 오래전부터 정 사장의 불법대출관 관련한 일련의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주장, 금감원의 은폐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들은 'KDL이 부도나기 전 금감원과 재경원에 모두 72억원의 피해사실을 신고했음에도 `장외주식이라 책임이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답변을 들었으며 당시 금감원은 이미 불법대출 사실을 알고있는 분위기였다'면서 '경찰에도 정 사장 등을 고소했지만 소환에 3차례 불응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들은 또 정 사장이 20개 계열사를 거느린 소그룹 회장 행세를 하면서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말했다.

정사장은 최근 `디지탈홀딩스'라는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디지탈임팩트, 스타돔엔터테인먼트 외에도 K일보, G백화점, G커뮤니케이션 등 20개 계열사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갖고 다니면서 투자자들을 모집했다는 것.

디지탈홀딩스에는 4백억원대 자금이 유치됐는데 투자자 중에는 정 사장과 거래하는 은행임직원, K대 86학번 동기 등도 포함됐고 은행 임직원들은 3억∼4억원씩 투자했으며 심지어 디지탈라인의 사무실이 들어있는 건물의 한 경비원도 수억원이 물렸다고 이들은 전했다.

이들은 교육자인 정 사장의 아버지가 최근 서울 모호텔에서 한 소액주주를 만나 '강모.이모씨 등 사채업자들에게 고리로 400억원을 물려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며 '국세청에 고발하면 강씨 등이 세금을 물어야 할 형편이니 이들과 얘기를 잘해 돈을 받아내서 돈을 갚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정 사장은 또 KDL을 인수한 뒤 전환사채를 5차례나 발행했는데 1000원에 발행한 사채가 3∼4만원이 되면서 정 사장은 1천43억원의 차익을 챙겼고, 이 과정에서 사채업자들로부터 에쿠스 승용차를 8대나 받기도 했다는 것.

평창정보통신 소액주주 가운데는 미국 유학을 다녀와 알타비스타를 잘 아는 유학생이나 업계 관계자들도 있었지만 이들마저도 평창정보통신이 알타비스타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뒤에도 정 사장에게 속아 넘어갔다고 주주들은 전했다.

또 이들은 정 사장이 한때 몸담았던 벤처기업 H사에서 근무할 당시부터 벤처 M&A를 위해서는 사채자금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지론을 펴왔으나 결국 사채자금 때문에 몰락하게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정 사장과 관계있는 것으로 보이는 C사 주주명단에 한모씨 등 사채업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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