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암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생겨 … 유전정보 분석 치료, 국내선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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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 교수가 암 맞춤의료센터 연구실에서 맞춤의료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등 국내병원뿐 아니라 하버드의대·NCI(미국 국립암센터) 등 내로라하는 암센터에서 주목하는 치료 센터가 있다. 바로 올 6월 오픈 할 한양대병원 암 맞춤 의료센터다. 한양대병원은 오래전부터 암 환자 유전정보를 이용한 개인별 맞춤 의료센터 건립을 준비해 왔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센터 건립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정부는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해 향후 4년간 120여억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센터 건립 뒤에는 한양대병원 병리과 공구 교수(48·암 맞춤 의료센터장)의 노력이 컸다. 공구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 암 발생의 유전적 요인을 연구한 우리나라 유전체 연구의 선구자이자 권위자다. 공 교수에게 맞춤의학의 미래와 의의를 들어봤다.

-암 치료에 왜 유전자 연구가 필요한가.

 “암을 제대로 치료하려면 유전자 변이를 파악하는 게 필수다. 대부분의 암은 10~15개의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현되기 때문이다. 개인별 유전자 변이 정도를 파악하는 게 암치료의 핵심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유전정보를 분석하면 향후 발현 가능한 암을 알 수 있다. 암의 조기 발견이 가능해져 치료 비용이 줄어든다. 초기에 발견하므로 사망률도 떨어진다. 치료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암의 어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겼는지 파악할 수 있어 이 약 저 약 써 보지 않아도 된다. 개별 암 환자에 맞는 정확한 표적치료제만 쓰면 되므로 암 환자의 치료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약물 부작용도 줄어든다. 암환자도 유형이 다양하다. 유전자에 따라 특정 약물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 유전자 정보를 미리 파악해 문제가 될 수 있는 약물은 쓰지 않으므로 약화 사고로 인한 사망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안전하게 치료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암 맞춤 의료센터에서는 어떤 연구를 하나.

 “향후 4년간 한국인의 5대 암(위·대장·간·폐·유방암) 유전자 돌연변이를 분석해 목록화하는 게 목표다. 각각의 암별로 250례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어떤 유전체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암이 발생하는지 밝혀낸다.

 이미 폐암의 경우 200례 정도의 유전자를 분석한 상태다. 차세대 맞춤의료사업단 과제의 일환으로 정부가 33억씩 4년간 예산 투입을 결정했고 학교에서는 200평 규모의 연구소와 센터부지를 내줬다. 앞으로 나 외에 유전체 분석 전담 교수 3명을 충원하고 대학원에 맞춤의학과도 개설될 예정이다. 4대의 고속 유전체 분석기기가 설치되고 전산 서버 시스템도 구축될 예정이다.

 여기에 해당 돌연변이만 표적 치료하는 약물이 개발되면 꿈의 암치료 시대가 열린다. 앞으로 한양대병원에 입원하는 암 환자는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진 상태에서 표적 치료를 받게 될 것이다. 국내 이런 치료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연구를 해오고 있었나.

 평생을 암에 대한 병리를 연구해왔다. 암의 발생에서부터 시작해 암이 어떻게 사멸하는가에 대한 연구다. 자연히 암과 유전체에 대한 연구도 하게 됐다. SCI급 연구논문은 이제까지 100여편 발표했다. 제작년엔 한양대 최우수 연구자 상을 받았다. 맞춤의료에 대한 국내와 해외 정보 교류의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2011년 국제맞춤의료심포지엄을 주관했다. 네이처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맞춤의료 네이처 컨퍼런스도 현재 추진 중이다.

 -맞춤치료가 상용화하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나.

 “향후 5년 내 주요 암의 유전자 변이 정보가 모두 밝혀지고, 20년 안에는 다른 병에 대한 유전자 정보도 밝혀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의료체계가 완전히 바뀐다. 우선 내과 기능이 줄어들 것 같다. 유전자 정보 검사만 하면 미리 위·대장 내시경·혈액검사를 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대신 병원마다 ‘임상유전정보처리사’라는 직군이 생길 것 같다. 환자의 유전정보에 따라 해당 질병을 예방하는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도록 하는 예방 기능이 강화될 것 같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도 도움이 되나.

 “맞춤치료야말로 만성적인 건보 적자를 줄이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우선 병을 찾기 위한 각종 검사료 지출이 줄어든다. 병의 원인을 알지 못해 이 약 저 약 써보는 과잉 처방과 치료도 감소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유전자를 이용한 맞춤 의료시스템 구축을 보험재정 안정을 위한 대선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우리나라는 국가에서 국민의료보험을 운영하고 의료를 통제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국민 유전자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맞춤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현재 선진국들은 맞춤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법이나 사보험 등에 가로막혀 주춤거리고 있는 형국이다. 향후 4~5년은 우리나라가 유전체 연구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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