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백악관 출입자 200만 명 기록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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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한덕수 주미 한국대사, 2011년 7월 28일 오후 1시53분’.

 지금은 무역협회장에 취임한 한 전 대사가 주미대사 재임 시절인 지난해 7월 백악관에 들어간 시간이 분 단위로 기록돼 있다. 당시 한 전 대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인 그로슬린 버튼을 한 시간가량 만났다.

 오바마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청렴 사이트(http://explore.data.gov/ethics)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백악관 출입자 기록 등을 누구나 손쉽게 열람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 “민주주의는 국민이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며 약속했던 정보 공개 공약을 4년 만에 이행한 결과다. 2009년 취임식 때도 “역대 최고의 투명한 정부가 되겠다”고 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이트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공직자들의 윤리관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윤리(ethics)’란 단어를 쓴 이 사이트에는 백악관 출입자 기록뿐 아니라 공직자 출장 기록, 로비 관련 데이터, 외국인 로비스트 등록 현황, 연방선거위원회의 개인 후원 보고서, 연방선거위원회의 후보·위원회 관련 보고서 등 7개 정보를 한데 모았다. 특히 정치인 후원 내역의 경우 200달러(22만3000원) 이상 기부자의 정보가 공개돼 있다. 검색 창에 ‘로비’라는 단어를 적으면 정부를 상대로 활동하고 있는 로비스트들의 명단이 일목요연하게 뜬다.

 첫날 사이트가 개설된 뒤 검색한 결과 백악관 출입자 기록에는 한 전 대사를 포함해 200만 명이 넘는 사람의 출입 기록이 고스란히 공개돼 있다. 백악관에 들어간 시간과 나온 시간은 물론이고, 누구를 만났는지까지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말기 신정아 사건이 터졌을 때 한국에선 신씨가 청와대를 출입했는지를 놓고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정치권은 출입 기록을 공개할지를 놓고 갑론을박했었다.

 백악관 관계자는 “보통은 시민단체 등이 개별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해야 취득할 수 있는 정보를 정부가 앞장서서 로비와 관련된 자료들을 한데 모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건 처음”이라며 “공직자들의 윤리의식이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그러나 국익에 해가 되거나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들의 경우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마크 주커먼 부보좌관은 백악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시민과 정부 간에 좀 더 열린 관계를 만들기 위해 하고 있는 노력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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