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내 마음 읽은듯 하네, 상뻬의 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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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뉴욕의 상뻬
장 자끄 상뻬 지음
허지은 옮김, 미메시스 344쪽 , 2만4000원

그는 기발하다. 관찰을 하기보다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면서도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한다. 비행기보다 그 속에서 어디론가 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상상한다. “빌뇌브 생조르주에 사는 모자 쓴 저 남자는 왜 뉴기니 섬에 가는 걸까” “거기 도착해도 여전히 저 모자를 쓰고 있을까” 등등.

 그는 따뜻하다. 화려한 것보다 평범한 존재에 마음을 준다. 불이 환하게 켜진 도시의 밤을 보며 불 꺼진 빈집에 주목한다. 그 집에서 주인을 기다리다 잠든 고양이를 생각한다. 대기실에서 마음을 졸이는 발레리나들, 조금은 지쳐있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이 행복한 샐러리맨. 보통의 존재들이 그에겐 특별한 의미가 된다.

시정과 유머가 넘치는 따뜻한 화풍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림 작가 장 자끄 상뻬.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보고 그저 “참 좋다” 고 말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말 없이 말을 할 줄 아는’ 그림 작가 장 자끄 상뻬. 특유의 따뜻한 기발함으로, 우리 곁의 작고 소중한 것들을 그림으로 말해준다. 프랑스 출신인 그는 미국의 고급 문예지 ‘뉴요커’ 표지를 30년이 넘도록 장식하며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뉴욕의 상뻬』는 1978년부터 2009년까지 상뻬가 그린 표지화를 모은 책이다. 상뻬의 인터뷰도 수록됐다. 상뻬의 꿈과 그림에 대한 그의 생각, 표지와 작업을 둘러싼 일화를 읽을 수 있다. 최고의 그림작가라는 명성 앞에서도 그는 여전히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 법을 배우는 것일 뿐”이라고 자신을 낮춘다. “인물 하나하나의 영혼에 깊숙이 들어간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상뻬. 그는 그 꿈을 충분히 이룬 것 같다.

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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