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 맞는 LCD 업계…제품 다변화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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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과 더불어 전자산업 분야의 수출효자상품인 TFT-LCD(박막액정표시장치) 시장에 ''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TFT-LCD 가격이 계속 하락,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을 경고하며 추위에 끄떡없는 체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내업체들의 제품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얼마까지 떨어지나 =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14.1인치 TFT-LCD가 올해초 540달러에서 현재 400달러로 떨어진데 이어 내년말에는 35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580달러에서 440달러로 떨어진 15인치 제품은 내년말에는 39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14.1인치와 15인치 제품은 각각 노트북과 모니터용 LCD 시장의 60%와 90%를 차지하는 국내업체의 주력 제품이다.

IDC코리아의 오세진연구원은 "IDC의 전망은 상당히 낙관적인 편"이라며 "비관적인 조사기관들은 내년말 노트북용 LCD는 300달러 이하, 모니터용은 35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경우 내년 4.4분기 국내업체들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왜 떨어지나 = D램 가격하락이 최대 수요처인 PC시장의 침체에서 비롯됐지만 TFT-LCD의 가격하락은 지나치게 늘어난 공급량이 원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LCD 부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대만의 6개 업체는 내년부터 제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한다.

여기에 올해 지은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신규공장 물량도 하반기부터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IDC는 올해 1%인 LCD 공급과잉이 내년이면 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대만업체들이 기술력 부족으로 노트북용 LCD 제품을 출시하리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유망시장인 모니터용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는 것.

오연구원은 "수요.공급처가 확실한 노트북 시장보다는 진입장벽이 낮은 성장시장인 모니터 시장에 대만업체들의 물량이 몰려있다"며 이 분야에서 한국과 대만의 치열한 경쟁을 예상했다.

▶제품 다변화 시급 = LG필립스LCD 관계자는 "내년의 위기에 대비, 원가를 더욱 낮추고 영업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D램처럼 경기변동이 극심한 LCD시장에서 꾸준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제품 다변화와 고부가제품 시장 개척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그 좋은 본보기로 일본의 LCD업계 선두주자인 샤프, 도시바, NEC가 얘기된다. PC용 LCD시장의 경쟁 격화를 예상한 이들은 수년전부터 제품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여 지금은 의료기기, 항공기용 고부가제품과 휴대폰, 게임기, PDA, 캠코더 등에 쓰이는 다양한 제품들이 매출의 30-50%를 차지한다.

"일본업체들은 1-2%의 공급과잉에도 가격이 폭락하는 PC용 시장의 충격을 줄이는 완충판을 갖춘 셈"이라고 말하는 오 연구원은 PC용 제품에 지나치게 치우친 국내업체들도 제품 다변화라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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