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월드 PC엑스포] 노트북이 '개인 방송국' 으로

중앙일보

입력

''PC와 인터넷을 넘어서'' 를 슬로건으로 내건 아시아 최대 규모의 PC박람회 ''월드PC엑스포2000'' 이 18~21일 일본 닛케이BP사 주최로 도쿄(東京) 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서 드러난 세계 PC 메이커들의 큰 흐름은 네가지인데 묘하게도 영문자 ''ABCD'' 로 요약됐다.

''A'' 는 PC와 오디오.비디오(AV) 기기와의 결합을 뜻한다. 일본의 소니.도시바.마쓰시타.NEC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PC와 AV제품을 결합한 신기종을 내놓았다.

PC 한대로 TV시청.녹화는 물론 영상편집도 가능토록 했다는 것이 메이커들의 설명이다. 가장 주목을 끈 것은 10배 광학 줌렌즈가 달린 소니의 노트북PC ''바이오GT'' 였다.

소니는 이를 통해 개인방송국 시대의 실현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시바도 CD-R/RW(여러번 재기록 할 수 있는 CD) 와 DVD-ROM을 하나로 합친 멀티드라이브형 노트북PC인 DB70P/5MC를 출품했다.

음악과 영상을 노트북PC 한대로 즐길 수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제품이다.

각 메이커들은 AV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의 시연회를 잇따라 개최하면서 초심자들에게 ''PC는 친근하고 편리한 가전제품'' 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B'' 는 무선 인터넷.LAN이 가능한 블루투스(Bluetooth) 를 가리킨다. 블루투스는 1998년 에릭슨.노키아.인텔.IBM.도시바 등 5개사가 표준화에 합의한 통신기술이다.

블루투스 카드만 꼽으면 약 10m 반경에서는 여러대 PC간에 문자.영상정보를 무선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도시바는 최대 1백m까지 무선통신이 가능한 블루투스 PC카드 및 이를 내장한 노트북PC를 선보였다.

캐논은 프린터에 블루투스를 도입, 무선으로 인쇄작업을 시연해보였다. NEC도 블루투스를 이용한 PC네트워크를 개발했다.

그러나 일본 전자업계는 블루투스의 비싼 가격 때문에 대중화되기까지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C'' 는 초절전형 MPU(초소형 연산처리장치) 인 크루소(Crusoe) 의 상용화를 의미한다. 크루소는 미국 벤처기업인 트랜스미터가 개발한 것으로 인텔 제품에 비해 전지구동시간을 두배나 연장할 수 있다.

열도 적게 받아 냉각 팬이 필요없으므로 PC의 소형화.경량화에 안성맞춤이다. 소니는 박람회에 앞서 크루소를 탑재한 노트북PC를 발매했다.

NEC는 11시간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PC ''LaVie-MX'' 를 상품화했다. NEC에 따르면 PC 연속 구동시간으로는 세계최장 기록이라고 한다.

''D'' 는 디자인(design) 을 뜻한다. iMAC에 의해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킨 PC의 패션화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젊은 관람객들이 특히 주목한 것은 일본 소텍의 패션PC인 ''아피나 스타일'' 이었다. 본체.액정 모니터.키보드가 마치 자그마한 핸드백처럼 하나로 결합돼 있으며 사용할 때만 키보드를 당겨 열도록 돼 있다.

셀러론 700Mhz를 채택해 기능성도 강조한데다 가격도 13만8천엔(약 1백40만원) 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주로 여성 초심자들을 겨냥한 제품이다. 소텍은 한국의 삼보컴퓨터가 출자했으며 최근 나스닥재팬에 상장한 PC전문 메이커다. 이밖에 대만의 산쿤(燦坤) 전기가 현대 미술품을 연상시키는 패션PC 유파(EUPA) 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유파는 기능보다 장식성을 극단적으로 추구해 여성들이 특히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올해 일본내 PC 출하 대수를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1천3백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정보기술(IT) 산업의 육성을 위해 대규모 예산지원을 준비하고 있어 PC 및 인터넷의 보급률은 꾸준히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형 PC 메이커들은 일본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는 신제품을 개발해 이번 박람회에 출품했다.

PC 수요가 불투명한 미국에 비해 두자릿수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으로 인해 일본 시장에서의 경쟁이 후끈 달아오른 것이다.

이번 박람회에는 일본.미국을 비롯, 세계적인 전자메이커 8백여개 업체가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삼성.LG가 대형부스를 설치해 액정모니터 등 일본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는 제품을 전시했다.

휴먼컴퓨터.심테크시스템 등 벤처기업들도 별도의 부스를 마련해 소프트웨어 등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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