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반대하지만 김정은 체제 흔들기도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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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3기의 한반도 정책은 과거 푸틴 1·2기(2000~2008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집권기(2008~2012년)의 골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등거리 외교다. ‘강한 러시아’를 위해 북한을 정치적으로 감싸면서 남한을 경제협력 파트너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그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외교정책을 밝힌 언론 기고문에서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북한의 야망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 지도자인 김정은 체제의 견고함을 시험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핵 해결을 내세워 김정은 정권의 교체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푸틴 3기의 대한반도 정책도 안정에 무게가 실릴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는 푸틴이 1기 대통령 취임 후인 2000년 6월 ‘러시아의 대외정책 개념’에서 밝힌 한반도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의 전략은 미국·중국·일본 등 주변국과 더불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고, 남북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외교를 추구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 푸틴은 2000년 이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등 우리나라 지도자를 10여 차례 만났다. 같은 기간 지난해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네 차례 회담을 하며 북·러 관계를 강화해왔다.

 올 9월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준비 중인 러시아는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한층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의 장세호 교수는 “푸틴은 러시아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자 지구상 마지막 자원의 보고인 시베리아를 개발함으로써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을 도모하려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동북아 지역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한국과는 시베리아 지역 개발을 위한 기술지원 문제, 남북·러 송유관 연결 사업,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 사업 등 분야에서 힘을 싣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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