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제도개선위' 불안한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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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권익 옹호' 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지난 겨울 '선수협 사태' 를 통해 천신만고 끝에 구성된 프로야구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이학래)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제도개선위는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 회의실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2시간여의 난상토론 끝에 ▶비시즌 중 기존의 합동훈련을 구단 자율훈련으로 변경하고▶외국인 선수는 팀당 2명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KBO에 건의키로 했다.

그러나 과연 합의안이 선수들의 권익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갖는지 의아스럽다. 물론 정규시즌이 끝난 후 자율훈련을 한다면 선수들은 나름대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또한 외국인 선수 고용을 3명이 아닌 2명으로 제한한다면 국내 선수들의 입지도 조금은 넓어질 수 있다. 이는 지극히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다.

지난 겨울 내내 프로야구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생존의 문제였다.

구단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드래프트.프리에이전트 제도 등 신분을 제약하는 온갖 사슬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 이었다.

제도개선위는 현재 전혀 결정권이 없는 자문기구에 불과하다. 구성위원도 본래 참여하기로 한 KBO 사무총장과 구단주가 빠지면서 격하됐다.

KBO 관계자는 "이들의 건의가 KBO 이사회에서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지 의심스럽다" 고 말했다.

제도개선위는 추후 일정도 잡지 않았다. 이들의 미온적인 태도에 선수들은 벌써부터 "여론의 관심을 무마시키기 위한 땜질식 회의" 라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내년 시즌까지 4개월여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문제의 본질을 회피한 채 시간 끌기로 일관한다면 제도개선위가 선수협 파동이라는 산고 끝에 태어난 '적자' 의 자격이 없다.

"제2의 선수협 사태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는 김소식 SBS 해설위원의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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