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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 하루 15명, 진품 없는 옥현 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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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4일 울산시 남구 무거동 옥현 유적전시관(옥현전시관·사진). 울산시 소속 관리인 한 명이 책상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관람객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전시관 전체에 조명이 환히 켜져 있고, 난방시설이 가동되는 듯 실내는 따뜻했다. 강미희 관리담당은 “언제 관람객이 올지 몰라 조명을 계속 켜 둔다”고 말했다.

 옥현전시관의 연간 관람객은 지난해 4542명(하루 15명), 2010년 4285명(14명), 2009년 4537명(15명)으로 하루 10여명 수준이다. 이마저 방학 때 집중되는 초등학생의 단체 관람을 합한 숫자다.

 옥현전시관은 대한토지주택공사(LH)가 2002년 5월 1만2800여㎡ 부지에 13억7000만원을 들여 지은 뒤 울산시에 기부채납했다. 이 일대에 아파트를 지은 LH가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내 놓은 것이다.

 건물을 기부받은 시는 이 지역의 옛 지명인 ‘옥현’에서 나온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전시관 측은 기원전 700년경의 논터와 청동기 움집터, 환호(環濠·외부인의 침입을 막는 구덩이) 등을 발굴당시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은 부실하다. 지상 2층의 본관 전시관, 1층짜리 별관 전시관(면적 533㎡), 야외공연장, 움막 재현시설(1만㎡)로 이뤄진 전시관에는 발굴 유물의 모조품 30여점이 전시돼 있다.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와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 등의 유적 모형과 청동기시대 조상의 생활 모습을 재현한 모형도 갖춰져 있다.

 반면 옥현 유적에서 나온 토기와 석촉, 석창 등 진품 유물 10여점은 지난해 6월 개관한 울산박물관(남구 신정동)에 전시돼 있다. 이전까지는 발굴기관인 경남대 박물관에 대여 형식으로 보관됐다. 옥현전시관이 국립박물관 규정에 맞게 온도·습도 조절기능 등 유물 전시여건을 갖추지 못한 데다 예산상 이유 등으로 야간에 경비직원을 배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관람객이 옥현 전시관을 제쳐두고 5㎞가량 떨어진 울산박물관을 찾는 이유다. 울산박물관은 옥현 유적의 진품과 다른 유물을 보려는 관람객이 몰려 지난해 하루 평균 1100여명이 찾았다.

 옥현전시관이 이처럼 전시관 기능을 상실하고 있지만 인건·관리비(전기료 등) 등 운영비는 매달 300만원쯤 지출된다. 관람료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3600만원씩 적자가 나는 셈이다. 울산시는 옥현 전시관의 기능 상실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권필상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흔한 안내판과 홈페이지 하나 없는 옥현 전시관을 누가 찾겠느냐. 자체 기획 프로그램 마련 등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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