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탈북자 인권 청문회 추진 … 외면하는 야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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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사관 앞 단식농성으로 탈북자 인권 문제를 점화시킨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 대한민국 최초의 ‘탈북자 청문회’를 추진키로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합의했다. 황 대표가 지난 2일 단식 11일째 탈진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박 의원을 문병하는 자리에서 뜻을 모았다고 한다. 여야 공동의 ‘탈북자 대책 특위’를 구성해 한 달여 집중적인 탈북자 청문회를 열어보자는 것이다.

 탈북자 청문회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캐나다, 영국 의회에선 1~2년에 한 번씩 열리곤 한다. 탈북자들이 증인으로 나와 북한 인권 상황을 설명하고, 이를 들은 국회의원들이 북한에 대해 대책을 촉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인권은 어느 지역에서 발생했든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라는 게 선진국들의 인식이다. 그러나 탈북자를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 규정한 대한민국 국회는 탈북자 청문회를 한 차례도 개최한 적이 없다.

 이번에도 합의는 됐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여야의 입장 차 때문이다. 탈북자 문제를 인권이 아닌 정치적 이슈로 보는 야당은 냉담한 반응이다. 민주통합당은 황 원내대표의 제안을 일단 거부했다. 황 대표는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게 청문회 개최를 제안했으나 ‘결의안이 통과됐으면 된 것 아니냐’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당의 입장은 박지원 최고위원이 지난달 24일 중국에 국제난민협약을 준수하고 탈북자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라고 촉구한 그대로”라고 말했다. 청문회엔 반대한다는 얘기다.

 통합진보당도 부정적이다. 우위영 대변인은 “18대 국회는 사실상 종료됐다는 게 상식 아니냐”고 반문했다. 선진국처럼 초당적 탈북자 청문회 개최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탈북자 인권에 대한 냉담한 반응에 대해선 좌파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박선영 의원의 단식농성 천막을 찾은 김희선 전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여성의원 10여 명에게 전화해 집회에 가보자고 했지만 ‘혼자 하세요’란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인권은 좌우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가치의 문제”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는 “중국이 한국에선 여야가 뭉치지 않기 때문에 탈북자 문제가 곧 사그라질 것으로 알고 차갑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997년부터 초당적 북한 인권 청문회를 개최해 온 미 의회는 5일(현지시간) 중국의 탈북자 북송을 놓고 청문회를 한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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