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가카빅엿 판사'가 오바마에 보낸 '충격 이메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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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대통령에게 보내 물의를 일으킨 리처드 시불 연방법원 판사.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웹사이트]

미국의 현직 연방판사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인종 혐오적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파문이 일고 있다고 CNN 인터넷판이 2일 보도했다.

몬태나주 연방법원의 리처드 시불 판사는 흑인을 개에 비유해, 오바마 대통령의 어머니가 동물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암시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백악관에 보냈다. 시불 판사는 이메일에서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오바마 조크'를 소개했다. "어린 소년이 어머니에게 물었다. '왜 나는 흑인이고 엄마는 백인이죠?' 어머니는 '버락(오바마)아, 네가 짖지 않는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다'라고 답했다"는 내용이다. 그는 "내용이 와 닿았다. (오바마 대통령도) 나처럼 가슴에 와 닿기(touching your heart)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메일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자 시불 판사는 몬태나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후회하고 있으며 얻기 힘든 교훈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판결에서 보듯 나는 절대 인종주의자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나는 오바마의 팬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고 실토했다.

앞서 시불 판사는 판사회의에서 “(대통령에게 이메일을 보낸 나의 행동이) 적절치 못할 뿐 아니라 멍청한 짓이라는 비판은 지나치다”며 “이메일 내용이 인종 차별적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자신은 인종주의적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으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반대하는 여론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 위해 이메일을 보냈다는 설명이다.

몬태나 주 연방법원 측도 대응에 나섰다. 연방법원 간부인 캐시 캐터슨은 성명에서 “시불 판사가 부적절하게 행동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며 “사법위원회가 신속하게 이 문제를 조사하고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원 등 진보주의자들은 “사과가 충분하지 않다”며 시불 판사의 즉각 사임을 요구했다. 진보적 비영리 단체인 '커먼 코즈(Common Cause)'의 대표 밥 에드거는 “그가 법원을 위하고 평등과 인간 존엄이라는 미국의 이상을 존중한다면, 오늘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8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연방판사에 지명된 시불 판사는 그해 상원 인준을 받았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연방판사는 종신직이다. 본인이 사망하거나 스스로 사임, 또는 상원 탄핵을 받지 않는 한 평생 판사직을 유지한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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