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영문 홈페이지 세계 유명 여행책서 베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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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내용으로 물의를 빚은 월드컵조직위원회 영문 홈페이지(http://www.2002worldcupkorea.org)의 한국관광안내 코너는 세계 최고의 여행안내서인 ''론리 플래닛'' 에 수록된 것을 전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불거지자 조직위측은 관련 내용을 삭제했으나 책자 내용이 바로잡히지 않는 한 외국 관광객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흐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호주에서 출판되는 ''론리 플래닛'' 은 영어권 관광객들이라면 으레 한권쯤 지닐 정도로 인기있는 여행안내 시리즈. 한해 1백만권 가까이 팔리는 이 시리즈는 방대하고 상세한 정보로 배낭여행객들 사이에선 ''바이블'' 로 불릴 정도.

특히 인터넷사이트(http://www.lonelyplanet.com)는 야후.라이코스.알타비스타 등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직접 연결돼 있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기초자료 구실을 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월드컵조직위 영문 홈페이지에 실렸던 것처럼 한국의 역사를 외세침략과 식민지배로 점철돼 있는 것으로 서술하는가 하면, 아직도 한국이 대량실업과 파산 등으로 고통받는 ''국제통화기금(IMF) 시대'' 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또 "(월드컵이 열리는) 여름철은 덥고 습기차고 혼잡하며 물가가 비싸진다" 는 내용도 있어 월드컵 관광객 유치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두개의 한국은 50년 넘게 일관되게 냉전상태를 유지해왔다" 고만 기술, 최근의 남북한 화해 분위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행서적 출판사인 엘카미노사의 김지현(金志炫.35) 대표는 "론리 플래닛이 외국 여행객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크다" 며 "이 책의 편집진이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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